(서울=연합인포맥스) 수출 대기업들이 강한 원화 탓에 실적 부진에 시달린다며 아우성이지만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은 달러-원 환율이 1,000원선에 바짝 다가서면서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특히 2.4분기에 엔-원재정환율이 세자릿수로 접어들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환율 앞에만 서면 작아지네

삼성전자는 그동안 우호적인 환율에 가려져 있던민낯을 드러냈다. 2년 이상 8조원대를 굳게 지킨 영업이익은 7조2천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액도 52조원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5%나 줄었고 매출액도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작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5 등 모바일 부문 실적 부진과 원화 강세의 영향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경상수지 흑자의 쌍두마차인 현대차도 2분기 성적표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2분기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한 2조1천900억원, 기아차는 29.8% 감소한 7천904억원의 영영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인 2조2천900억원, 9천391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 연구소는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액이 4천2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원 재정환율이 더 무서워





<달러-원 환율과 엔-원 재정환율 추이>



재계는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라는 점에서 노골적인 엔저를 표방하는 아베노믹스를 부러워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원-엔 재정환율 수준은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7월13일 743.89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이명박정부 초기시절인 2009년 3월6일 1,641.28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거듭한 뒤 지난 7월4일 장중한 때 985.63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동전의 양면인 달러-엔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아우성도 엄살은 아닌 듯 하다.

달러-엔은 지난 2007년 6월22일 124.13엔을 기록한 뒤 2011년 11월4일 75.31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후 2012년 1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한 뒤 지난 1월2일 장중한 한 때 달러당 105.44엔까지 치솟으며 제조업 강국 일본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 환율 우호적일 때 일자리는 얼마나 만들었나

그러나 재계도 강한 원화 탓을 하기에 앞서 얼마나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그동안 국민들은 고환율 탓에 비싼 휘발류 값을 감내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선전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응원했다. 수출기업이 잘돼야 우리나라 경제도 잘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면서도 일자리 창출에는 소홀했다. 고환율 등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대신 자체 기술혁신이 성장의 주요동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은 연 3%대의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등투자보다는 현금성 자산을 운용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돈 놀이하는 수출기업들이 환율 탓에 어려워졌다고 푸념하는 데 선뜻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재계가 자초한 일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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