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밤 10시.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안국역으로 향하는 객차 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Social Animal)'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린다.

인간은 '관계망(網)의 동물'. 무리지어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며, 인정받아야만 실존을 확인하는 존재다. 모든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의 단초는 항상 관계에서 시작된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 7인의 승객을 바라본다. 이들은 일제히 '세상과의 접속 도구'인 작은 전자기기를 끊임없이 만진다. 회사원, 대학생, 아주머니는 짧은 단문으로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하고, 안타깝게 응답을 기다린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연결과 접속은 생존이고, 단절과 끊김은 죽음'이라는 표정이다.

'초(超) 연결사회', 스마트폰 기기가 보급된 지 4~5년, 우리는 순식간에 모바일 기반의 '정보거미줄'에 모두 묶여버렸고, 이 작은 기기는 우리 몸 일부가 됐다. 왜 이렇게 순식간에 이것에 압도당했을까.

뇌과학자들은 인간 뇌의 진화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뇌는 사냥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적들의 출몰을 알리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설계됐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이러한 엄마와 친구, 동료가 부르는 신호에 응답하는 뇌의 본능을 매개해주는 장치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먹고 사는 생존을 위해 스마트폰의 부름에 응답하는 셈이다. 여기에 고독한 인간을 위해 게임과 정보로 위안까지 제공하니 스마트폰은 더할 나위 없는 위력을 지닌다.

한국의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왓츠앱(WhatsApp), 스냅챗(Snapchat) 등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새로운 세상에 주역이 된 배경이다.

모든 개인이 무선으로 연결된 세상. 이것이 생산성에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하는 논의는 제쳐놓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노동자가 업무 외적인 일로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것은 아직 불편하다. 외부의 부름과 자극에 방해받아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SNS는 어찌 보면 '방해로 가득 찬 세상'의 한 표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시간 반응과 몰입이 문명(文明) 전체의 효용에 얼마나 이바지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균형잡힌 삶을 위해 제어와 재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또 삶 속에서 연결될 것인가 단절될 것인가를 당장 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조건 없이 연결되는 것을 거부할 명분을 아직은 찾지 못한다.

사람들은 당분간 누군가로부터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사회에서 소외당할지도 모르는 압박감에 '푸시 알림(Notification)'을 허용하고 항상 스위치를 켜놓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하게 만드는 SNS의 대표주자 카카오톡이 '카톡 월렛 카카오(일명 카톡은행)'을 설립해 소액결제 금융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카톡이 금융시장의 국경과 경계마저 무너뜨릴지, 또 이 행보에 우리 모두가 응답할지 주목된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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