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트레이딩 계정들이 미국발 금리상승 압력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매수심리가 위축을 넘어 훼손됐다는 진단이다.

다만 가격 메리트가 생긴 만큼 유동성에 기댄 매수세가 재차 유입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상품계정과 RP(환매조건부채권)북 등의 트레이딩계정들은 최근 이틀간 금리 속등에 대해 손실 규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대규모 매도 공세를 이어가는 동안 이들은 매수 대응에 치중했던 탓에 '롱' 포지션이 과도하게 구축됐고, 최근 약세 분위기에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롱'포지션 구축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큰 데다 국고10년물 금리 속등과 통안채의 약세 제한 등으로 국고10년-20년 플래트너와 국고5년-통안2년 스티프너들의 손절 압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국고10년-20년물 스프레드는 이날 현재 6bp가량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고, 국고5년-통안2년 스프레드는 9bp가량으로 역시 작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트레이딩 계정의 한 딜러는 "상품계정과 RP북 등 대다수의 트레이딩 계정들이 미국 금리 속등에 따른 채권 약세 분위기에 손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라며 "매수 심리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가격 반등 시도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트레이딩 계정의 손실을 주도한 것은 미국발 금리상승 압력과 함께 국채선물 시장의 외국인과 금리스와프(IRS)시장의 역외 헤지세력이다. 외국인은 지난 이틀간 국채선물을 1만5천계약가량 내다 팔며 가격 하락을 주도했고, 역외 헤지세력도 같은 기간 공격적인 IRS 페이 공습에 나서며 중.장기 구간 IRS를 10bp 내외로 끌어올렸다.

트레이딩 계정의 다른 딜러는 "IRS의 페이 공습과 국채선물의 대규모 매도세가 동시에 나타나며 그 효과는 배가 됐다"며 "역외 헤지펀드와 외국인들이 IRS와 국채선물 시장의 약세 흐름을 주도하는 동일한 세력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역외의 IRS 페이 물량이 집중되는 데 따라 국내은행이나 외은지점 등은 페이 물량을 받고 국채선물 헤지 매도 등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특정 세력이 두 시장의 약세 흐름을 의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일 종가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7%까지 올라서며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가 32bp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가격 레벨을 고려할 때 참가자들의 훼손된 매수심리가 극복된다면 충분히 저가매수가 유입될 것이란 진단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현재 국채선물은 최근 약세 장세에 대한 반발 심리로 4틱 가량의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분위기를 역전할 만큼은 아니지만 장기투자기관들의 국고채 매수가 꾸준히 유입되는 등 시장의 약세 분위기가 추가로 크게 확대되기도 쉽지 않다"며 "기준금리 대비 국고채 금리의 스프레드와 국채선물의 만기, 외국인의 과도한 국채선물 누적 순매도 포지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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