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골프'는 입에도 올리지 마라
<최기억 칼럼> '골프'는 입에도 올리지 마라
  • 승인 2014.07.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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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나는 52년 전, 머나먼 별에서 지구에 도착한 소위 요즘 유행어로 말해서 '별에서 온 그대'다.

그동안 지구의 인간을 관찰하면서 경험한 모든 게 의문투성이지만 아직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스포츠 종목 중에 풀밭에 깃발을 꽂아 놓고 쇠막대기로 공을 쳐서 구멍에 집어넣는 골프라는 운동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놀이와 게임이 대개 그렇지만 특히 이것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과연 그들이 영성(靈性)과 지성(知性)을 가진 고등동물이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코스마다 공을 3번 만에 또는 4번에 집어넣는 일이 무슨 그리 대수란 말인가. 이들의 표정은 참으로 기괴하다. 어떤 이는 괴성을 지르며 채를 동댕이치고, 땅이 꺼지라 한숨 쉬고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학한다. 부모가 죽어도 그토록 슬픈 표정을 지을까.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그토록 '스투피드(STUPID)' 한 일에 몰두하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이 운동을 하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인간의 몸 부위가 어딘 줄 아는가. 허리? 틀렸다. 팔? 역시 틀렸다. 정답은 목이다. 매번 샷을 한 뒤 반드시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심하면 목 부위에 디스크가 온단다. 스스로 만족을 못하는 이 운동의 속성 때문이다.

이 운동은 잔디밭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도록 설계했지만, 인간들은 점수에만 미쳐버린 나머지, 햇살과 바람, 나무와 풀 냄새, 계절별로 달라지는 아름다운 들꽃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이 운동의 또 다른 황당한 특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유한(有限)한 인간에게 가장 아까운 시간이라는 '황금'을 팽개치게 한 것도 매우 한심하다. 그들은 주말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오가면서 그 중요한 시간을 죄다 길바닥에 갖다 버린다. 이 운동은 또 5시간가량 풀밭을 걸으며 말귀 못 알아듣는 공에게 '이상하네' '왜 이러지' '미치겠네' '안~돼'라고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게 하고, 게임이 끝나면 동반자와 벗은 몸을 확인하며 목욕을 한 뒤, 같이 식사를 마쳐야 비로소 길고 긴 의식이 끝난다.

이 운동이 갖는 온갖 모순에도 지구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점수'라는 마법을 주입한 덕분인 것 같다. 인류라는 종(種)이 가진 경쟁심 본능을 자극해 동반자들과 극한의 심리게임이 가능하도록 했고, 도박성까지 가미해 총체적으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회장님이 골프에 빠지면 애인이 도망간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한국에서는 유독 이 운동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출전한 이 나라 선수가 우승하면 한때 대통령이 축전을 치고 국가적으로 응원했지만, 이 나라 공무원들은 아예 이 운동에 범접도 못하게 한다.

최근 이 나라에서 새로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가 내수를 살리려고 경제정책방향에서 '유망 서비스업 육성'을 선언했는데, 공동체의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시각 때문에, 부자들에게 국내에서 돈을 쓰게 하고 내수를 살릴 '킹핀(King Pin)'일 수도 있는 이 운동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고 있다.

볼수록 묘한 이해되지 않는 스포츠가 아닐 수 없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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