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J골프, D골프, 다른 D골프, 골프 H사'.

골프를 즐기는 여의도 금융인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여의도의 4대 골프용품 매장들이다.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상당한 종류의 클럽을 보유하고 있어 신상품이나 중고품이나 고객이 찾는 대부분의 클럽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4대 골프 매장들은 금융투자업계의 업황 부진과 함께 세 군데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한 곳은 점포를 옮겨 규모를 축소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불황이 고가 골프 매장의 잇단 폐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4대 매장들은 당초 '형님·아우' 등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여의도에서 영업망을 키어왔다. 198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이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여의도 금융권에서 개인 및 법인 단골 고객들을 확보했던 것.

금융인들이 시간적 여유를 낼 수 있는 평일 점심시간에는 단순한 상담을 받기 위해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가게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기관들이 마련하는 각종 세미나 등에서 시상품으로 골프채 등을 준비할 경우 이들 매장에서 공수하는 곳들이 많았고, 또한 수상한 상품을 다른 골프용품으로 교환하는 수요도 많았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비즈니스 골프'에 나설 경우 이들 매장에서 구입한 용품을 준비해야 체면치레를 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며 이 같은 고가용품에 대한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즘은 아웃렛 등을 통해 낮은 원가로 판매되는 골프용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골프용품 매장뿐 아니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여의도의 스크린 골프 열풍도 잠잠해졌다. 특히 게임비가 비싼 곳으로 알려진 몇몇 골프장들은 높은 가격대에 점심시간 고객도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식사와 함께 4인 기준 스크린 골프를 치게 되면 많게는 2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며 "업계 분위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곳을 찾게 되는 경우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위 말하는 4대 골프샵들이 여의도에 있었지만, 요즘에는 완전히 예전 이야기가 됐다"며 "금융투자업계의 깊은 불황이 고가 상품 산업들부터 투영돼기 시작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는 여의도에서 10여년 가까이 성행하던 이벤트 생맥주 전문점 'B'사가 문을 닫았다. 이곳은 노래방 시설과 종업원들의 댄스 이벤트 등으로 인기를 얻던 곳으로, 작년 연말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체육대회 행사 장소로 결정돼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업계의 구조조정과 함께 여의도 금융권에서 돈을 쓰는 개인과 기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셈"이라며 "주가 상승과 경기 부양책 기대 등으로 일부에서 낙관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업황은 어렵고 분위기는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산업증권부 권용욱 기자)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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