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우리가 가진 신념이나 믿음과 실제 현실 간의 불일치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각종 지표가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도 인지부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주택 구매 수요에 대한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2015년부터 본격 퇴장하는 등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지만 1~2인 가구의 증가로 부동산 경기가 지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책 연구기관의 부동산 전문가도 1~2인 가구의 증가가 향후 부동산 경기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1인 가구가 2010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3.3%에 이르고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1인가구가 1985년에는 전체 인구의6.9%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빛의 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1인 가구가 증가가 주택구입가능 가구 증가로 이어지고 견조한 부동산 수요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경기 후퇴의 진앙지가 된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는 물론 신도시의 주택수요자가 1인 가구가 될 개연성은 작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1인 가구의 19.4%에 해당하는 79만3천 가구가 70세 이상의 단독 가구다. 고령화에 따른 사별 등으로 불가피하게 단독가구로 전락한 경우로 주택수요자로 보기 어렵다. 60대가 전체의 12.7%인 52만7천가구, 50대가 14.3%인 59만1천 가구, 40대가 15.2%인 62만8천 가구에 달한다. 전체 414만2천 가구에 달하는 1인 가구 가운데가운데 무려 61.4%가 40대 이상의 1인 단독 가구다.

1인 단독가구의 증가원인도 미혼율 증대, 고령화에 따른 사별,이혼 확산 등으로 조사됐다.통계청 자료를 보면 적어도1인 가구가 향후 중형 이상의 주택 수요자로 부동산 경기를 뒷받침하기 힘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0대 1인 가구 빈곤율이 2006년 12.2%에서 16.4%로 증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나마 향후 혼인 등을 통해 주택 실수요자로 전환될 수 있는 세대지만 주택구매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DTI나 LTV 등 주택에 대한 금융 규제 완화가 주택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도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의 금융부채가 1,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경제 수장들은경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 가계부채 문제를 우리나라 경제현안 중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만난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다시 30% 수준에 육박했다는 점도 향후 가계부채와 부동산경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마당에 DTI와 LTV의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이라는 게 경제 관료들의 진단이다.

부산 등 일부 지방 대도시 중심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대해서도 착시효과를 조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있다.

부산은 주거여건이 좋은 해운대 신시가지 기준으로 전용면적 85㎡(구 32평형) 아파트가 2000년대 초반까지 2억원이 되지 못했던 곳이다. 1997년 IMF 관리체제 이후에는 일부 대형 아파트가 중형 아파트보다 매매가가 내려가는이상현상이 일어나는 등 사실상 부동산 디플레이션이 일어난 곳이다. 최근 해운대 동백섬을 중심으로 고급 주택이 많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경기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지만 , 국가 전체 부동산 경기를 뒷받침하는 지표로는 역부족이다. 부산지역의 GRDP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잠재적 주택구매 수요자인 지역인구가 현재 360만명에서 2030년 31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인지부조화 등으로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뒤늦게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대형 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부동산 경기 하락이 도화선이 됐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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