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형성하는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불똥이 유럽연합(EU)까지 튀었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여객기가 격추된 사건 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되고 결국 경제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제재와 보복이 맞물린 대결국면은 유럽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상대로 금융 제재와 무기수출 금지 등 제재를 가했고 러시아는 이들의 농산물과 식품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시베리아 영공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럽 항공사와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 족쇄를 채웠다지만 현실은 '도끼로 제 발등 찍은 격'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는 긴밀한 무역관계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러시아의 최대 수출국은 EU(46.8%)이고, 최대수입국 역시 EU(41.9%)다. 러시아는 특히 EU의 맏형인 독일로부터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하고, 주로 기계류와 금속장비, 무기 등을 수입한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곡물도 많이 수입한다. 러시아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면 수출길이 막히는 EU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된다.

유럽 경제는 2010년부터 발생한 재정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발 악재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의 맏형인 독일 경제의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최근 독일의 제조업지표 등 숫자가 자꾸 나빠지는 건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화면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 변수 때문에 독일 경제의 성장동력이 악화하면 EU 전체의 성장 엔진도 식을 가능성이 크다. 남유럽의 이탈리아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빠졌다. 다른 유럽국가들 역시 경기회복의 온기가 냉각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정책당국엔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유럽은 현재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지정학 위험에 따른 경제충격이라는 무거운 짐 하나가 더 얹어진 셈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론한 것은 이러한 부담감을 반영한 것이다. ECB 주변에서 돈을 풀라는 압박이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변수는 시시각각 유럽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독일국채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심리는 미국 국채시장으로 전이돼 미국 국채금리도 가파른 하락세를 타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과 함께 3.00%에 도달할 것이라던 10년물 국채금리는 예상과 반대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주말 2.42%까지 떨어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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