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당국이 이르면 이달말부터 외화예금 활성화를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진했던 외화예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리 수준이 낮고 환리스크를 져야 하는 외화예금의 특성상 세제 혜택과 글로벌 캐쉬 매니지먼트 서비스(GCMS)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9일 "이르면 이달 말부터 외화예금 활성화를 위한 대책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회의인 외환시장안정협의회에 외화예금 활성화 방안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안정협의회는 3월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차관급 회의인 만큼 신제윤 차관의 IDB연차총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이상 외환보유액이라는 방어벽 말고도 외화를 국내에서 조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서 "국내 외화예금액이 300억달러에 불과한 건 아쉬운 점"이라고 언급해 외화예금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금리' = 외화예금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걸림돌은 낮은 금리 수준이다.

우선 비거주자로 분류되는 은행과 기업 해외점포의 외화예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낮은 금리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 해외 점포 입장에서는 환리스크가 거의 없어 금리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하는 금리에 비해 외화예금 금리를 높여주면 오히려 손해라는 입장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외화예금 활성화와 관련해 수차례 논의했으나 금리 조정에 대한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년 기준으로 미 달러예금은 약 2%, 원화 예금은 약 4%대인데 이 금리 갭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외화예금에 금리를 더 주면 그만큼 더 싸게 외화를 조달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은행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기화하려면 '환리스크' 보완해야 =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외화예금의 대부분이 단기성 자금이라는 점도 핵심 요인이다. 장기성 외화예금을 확보해야 당국이 목표로 하는 외환보유액의 버퍼(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화예금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차손을 볼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환리스크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수다. 금리를 일부 높여주더라도 환율이 10% 오르내리면 금리 대책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당국 관계자는 "수출입 기업의 대부분은 외화예금을묶어두는 것보다 주로 결제성 자금이나 해외증권 발행에 의한 일시적 예치에 쓴다"며 "외화예금이 안정적 조달원이 되는 데는 제약 요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외화예금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외화예금은 대부분 3개월 이내 단기 예금에 집중돼 있다"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를 더 주고 있으나 장기화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환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선물환으로 헤지하는 안정장치를 두면 선물환 거래 비용 때문에 금리를 많이 못준다"며 "그래서 일반적으로 환리스크를 오픈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혜택, GCMS 활성화 필요 = 외화예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 도입은 현재로서는 실용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세금 우대나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원화예금에 비해 외화예금은 혜택이 제한적이다. 세제 혜택을 주면 실제로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금리를 보전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의 국내외 점포간 자금 이동을 관리하는 글로벌 캐쉬매니지먼트 서비스(GCMS)를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HSBC나 씨티 등 대형 외국계은행들이 주로 맡고 있는 이 업무를 시중은행들이 맡으려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나 장기상품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외화예금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환리스크를 보전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 해외점포의 여윳돈을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캐쉬매니지먼트 서비스(GCMS)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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