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미소가 가득한 위선자들'
<최기억 칼럼> '미소가 가득한 위선자들'
  • 승인 2014.08.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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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사장: 위선자란 어떤 사람인지 말해 볼까요? 사원: 네, 출근할 때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직장인들이죠.

회사로 출발하기 전 아파트 문 입구 신발장에 간과 쓸개를 빼내 올려놓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중국 경극(京劇)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변검(變瞼)을 하는 것처럼 얼굴을 순간 만면의 미소로 '확' 바꾸고 '좋은 아침!'하며 사무실로 들어선다.

기업이란 곳이 이력(履歷)과 종(種)이 완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보니 직장인들은 서로 배려하는 차원에서 감정노동이 필수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웬만한 감정을 숨기고 사는 것은 몸에 밴 모든 직장인의 처세술이다.

오늘날 직장은 냉정하게 말해서 각자가 근사한 가면을 하나씩 뒤집어쓰고 연기를 하며 빵을 버는 전쟁터일지도 모른다.

요즘 군대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는 '관심 사병'의 직장 판인 '관심 직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든 기업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철의 둥지(Iron cage)를 틀고 일의 흐름을 방해하고, 생산성을 저해하며 조직 구성원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들이 둥지를 트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분위기는 물론 회사가 빌미를 제공해 준 것이다. 공공성과 직업안정성이 높은 직장일수록 빈번하게 발생하고, 경쟁이 심한 상업 민간 조직에서도 가끔은 문제가 된다.

그러다 보면 직장의 어두운 면인 '밀림의 논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인간의 본성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비극이요, 투쟁이며, 십자가인 만큼, 조직 구성원간의 가학적인 쏠림과 왕따 현상도 피할 수 없다. 밀림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구성원 각자의 몫이다.

현대 경영학에서 조직 인사관리의 핵심가치는 여전히 생산성과 효율성이다, 이에 도움이 된다면 조직원들이 어떤 일을 겪든지는 묵인 방조한다. 기업은 그런 의미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과 별개의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개인과 기업의 목표가 제대로 조화될 때 개인이 느끼는 성취감은 그만큼 커지지만, 문제는 이 둘의 틈새가 벌어지면 개인도 기업도 모두 불행하다는데 있다.

오늘날 기업의 내부 생태계에서 아랫사람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고통은 '위'가 '아래'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예외 없이 거의 모든 조직의 문제점이지만, 관행과 기득권에 기대어 쇠 둥지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조직의 적'들은 이런 취약점을 쉴 새 없이 파고든다.

어느 회사나 경영진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시장의 어려움을 세세히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내부의 하부 구조 잔혹사를 알리가 만무하다. 위에서 받는 보고는 허점투성이고, 또 좋은 것만 보고하고 질책당할 빌미가 있는 내용은 감추거나 포장되거나 미뤄진다.

기업의 위기도 실상은 이런 각종 여러 인적 요소의 사소한 독립적인 장애들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발생한다. 해방 이후 창업한 한국의 수많은 기업의 흥망사는 결국 조직 구성원의 감정과 사기, 갈등관리의 성공 여부에 크게 좌우됐다.

요즘 기업마다 '관심 직원'의 해악을 제거하고 '행복한 직장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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