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의 핵심 위기는 제조업의 위기, 성장동력의 추락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의 절대적 경쟁력 확보가 없다면 저성장, 고령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속에 앞으로 '대(大) 빙하기'를 맞을 것이다.

올해 3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올해 초 전망치와 비교해 20% 가까이 감소해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특히 그동안 견인차 역할을 하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하반기 실적이 악화할 전망이다.

제조업의 위기는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사업이 굴러간다고 느낀 오래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안정성' 자체가 경고 사인의 의미였다. 성장을 이끌던 IT,조선,철강,기계,화학,정유, 모두 흔들리고, 관련 기업의 실적이 추세적으로 망가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첫째, 중국 후발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이다. 전 세계시장이 공급과잉을 겪어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둘째는 미국 제조업이 세일가스 등에 힘입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업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 양쪽에서 펀치를 맞아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전망이다.

제조업의 미래는 과거의 흐름을 살펴보면 가늠이 가능하다. 1990년 초 한국의 10대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포스코, 한국전력, 삼성전자, 3개 정도다. 이는 거꾸로 현재의 10대 기업이 20년 후에 살아남을 확률이 예전보다 훨씬 더 낮을 것이라는 우울한 추정도 해볼 수 있게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90년 초반에 시가총액 1조 원에서 25년 만에 200조 원으로 대폭발 한 것은, 거꾸로 회사 내부 노력과 외부환경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향후 20년 후에 이 회사가 비슷한 속도로 쪼그라들 가능성을 동시에 암시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앞으로 그 어떤 기업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시장에서 영원히 '안전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며, 언제 어디서 새로운 강적들이 출현해 기존 기업들을 전부 쓸어버릴지 모른다. 국내 제조업의 질서 속에서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 산업군에 걸쳐 '파괴적 혁신'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구글과 테슬라 자동차 같은 회사는 융합과 혁신, 파괴적 혁신의 미래 그림을 제시해 국내 기업이 겪을 도전과 충격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제조업 초강국인 독일처럼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 성공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과 먹거리,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굴러가는 현상에 만족하는 한 미래는 없다. 혁신을 도모하고 경쟁력을 찾기란 그만큼 절박함과 피와 땀을 요구한다.

한국의 위기 탈출에서 믿을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뿐이고, 제조업의 '죽기살기식' 파괴적 혁신을 통한 분발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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