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한국 부자들의 자본수익률
<최기억 칼럼> 한국 부자들의 자본수익률
  • 승인 2014.09.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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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토마 피케티교수가 낸 책 '21세기 자본'의 내용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크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계속 논란이 될 것이고, 말 나온 김에 그동안 아무도 지적하지 않은 몇 가지 논점을 보태볼까 한다.

한국은 무엇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주식, 채권, 예금 등 금융자산 수익률과, 토지와 산업자산 수익률 측면에서는 대개 큰돈의 투입이 큰돈을 벌어다 준 게 사실이다. 빈부의 격차는 그러나 자본의 규모에 따른 수익률 차이뿐만 아니라 부자의 투자 '리스크'에 대한 태도와 이를 돌파하는 행동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더 컸다.

큰돈이 더 큰돈을 벌어다 주는 부익부 현상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는 추세의 흐름에 올라타는 용감한 결단과 운이 더해져야 가능했다는 얘기다. 잘못된 투자 판단이나 개인 건강과 인간 '관계망' 등과 엮이면서 '쪽박'을 찬 경우도 흔했기 때문이다.

부자도 유전적 질병, 타고난 수명을 비롯한 건강문제에서 자유로울수 없었고, 이혼, 별거, 2세의 사업 실패 등 금전 외적인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망'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생사의 리스크가 자본수익률에 간과할 수 없는 변수였다. 부자의 전생애에 걸친 '성과'는 자본수익률 하나만으로는 특정하기 어려우며, 결국 부의 불평등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총체적인 인생사의 문제에 맞닿아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부자들이라고 해서 생물학적 육신의 존재로서 낮과 밤, 계절의 순환, 세대교체 등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삶이 한없이 허용되지 않았다. 성취의 직선은 수시로 끊기기 마련이고, 그 끊김은 앞의 성공과 상승을 무로 돌려놓았다. 부자들도 불행과 환난과 고통에서 예외가 될 수 없으며, 특히 삶과 죽음의 교체가 부익부로 획득한 부의 영속에 치명적인 요소였다.

여기다 우리나라 같은 '스몰 오픈 이코노미' 국가에서는 법과 제도를 포함한 정치적 상황, 국제정세 및 국내외 경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격심해 현재의 부자들이 미래에도 생존한다는 보장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부자의 최근 기업가 정신의 퇴조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주는 요인이다. 국내 대기업의 평균 존속 기간이 과거에도 20년을 넘기기가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정주영과 이병철이 있었지만 요즘 거부들의 2세, 3세들은 부끄러운 추문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계열사 하나라도 서로 더 차지하려고 다투며 법정을 오가는 모습이다. 이들은 물려받은 큰돈을 유지하고 굴리는 데만 관심이 많고 자본의 투자수익률 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머물면 스러지는 것이 세상사다. 자본수익률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투혼'과 '목숨을 건 승부'가 없는 곳에 큰 수익률 '리턴'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부자의 패턴이 현재에 안주하는 양상이 이어진다면 영원한 부자 없고 영원한 가난뱅이도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피케티교수가 걱정하지 않아도 앞으로 빈부간에 항상 반전이 가능한 역동성이 살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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