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보노라면 칼을 빼들고 '경제살리기'를 외치는 모습이 흡사 전쟁터에서 외롭게 홀로 분투하는 장수 같다.

그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수요부족으로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경제주체의 의지가 꺾여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성장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으니, 소심성의 함정에 빠져 저성장이 굳어지지 않도록 과감한 수요촉진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절박한 인식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 하려는 노력에 공감을 표시하며, 다만 이런 정책의 추진을 뒷받침하려는 정치적 여건이 큰 걸림돌인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의 수요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부재이며 불투명성 때문인데, 이를 정치권이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암 덩어리처럼 발목을 잡아 지갑을 닫게 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 것 같지 않고 생활 나아지지 않으면 심리회복을 위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 비전을 제시해도 될똥말똥한 판인데, 오히려 불신 격화의 진앙지가 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주체가 오히려 '문제아'가 돼버린 상황이다.

오늘날 경제 정책의 추진은 넓게는 정치, 좁게는 국회의 뒷받침 없이는 손발이 묶여버린다. 최근의 국회는 새로운 법안의 입법뿐만 아니라 사소한 법률안 개정안은 물론이고 예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강력한 실체다. 행정부보다 훨씬 비중은 커졌지만, 정치력의 부재로 본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예산안 심사 일정도 기약하지 못하는 등 작동이 되질 않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경제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의 혼돈과 리더십의 부재가 더 큰 원인이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시장 자체가 효율성 못지않게 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되어 왔기 때문에 경제는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 세상은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정치적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윤이나 생산성 못지않은 중요한 가치들이 산재해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과 임금, 생산과 분배, 고용과 복지는 정치적 조정 과정의 오랜 산물이며, 결국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조율은 세상을 바꾸어 나아가는 두 개의 바퀴로 작동해 왔다.

정치란 현실에 산재한 모순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고 이는 자원의 진정한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며, 경제 정책의 추진은 따라서 정치의 리더십 발휘와 합의가 긴요하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정책은 정당성과 명분을 잃어버리고, 뒷심을 발휘할 수 없다. 시장 경제 자체가 곧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니만큼, 경제와 정치의 두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가야 한다는 얘기다.

박력 있고 꾀 많은 최 부총리가 경제 쪽 바퀴를 열심히 돌리고는 있지만, 정치 쪽 바퀴가 꿈쩍 않고 있어 흡사 괴물 같은 풍차 앞에 고립무원의 기사가 될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마저도 '라만차의 돈키호테' 신세가 된다면 모처럼 피어오른 경제회복의 희망이 오랫동안 멀리 사라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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