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20년을 만든 일본의 거품경제는 부동산 폭등이 유발한 재앙이다. 플라자합의로 엔화가치가 폭등하게 되자 일본은 기준금리를 5.00%에서 2.50%로 인하해 경기부양을 시도했고,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서 풀린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도쿄 땅을 팔면 미국 땅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의 부동산 열풍은 뜨거웠다. 일본 경제는 이때 짧은 전성기를 보낸 후 20년간 단 한 차례의 경제회복도 이루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다.



# 중국의 부자들

최근 중국 부호의 순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에 상위권을 차지했던 부동산 재벌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IT 거물들이 대신한 것이다. 뉴욕증시 상장 대박을 친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1위로 올라섰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의 강자 텐센트의 오너 마화텅(5위)과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6위), 온라인쇼핑몰업체 JD.com의 류창둥(9위) 등 IT업계의 별들이 5명이나 10대 부자에 포함됐다. 10대 부자에서 유일하게 남은 부동산 재벌은 2위를 차지한 완다(萬達)의 왕젠린 뿐이다. 중국 부자들의 지형도 변화는 부동산 업계가 퇴조하고 IT업계가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일본의 90년대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열풍의 시대였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일본의 10대 부자 리스트는 스미토모(住友)은행과 후지(富士)은행, 산와(三和)은행, 다이이치간교(第一勸業)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자산 거품에 취하다보니 일본 경제주체들은 경제의 근간이 썩어들어가는 줄 깨닫지 못했다. 숫자놀음에 불과한 의미없는 부동산 거품을 경제력과 국력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 결과는 거품붕괴 후 20년 이상 지속된 장기불황으로 돌아왔다.

2010년대의 중국은 IT 부흥의 시대를 맞았다. 13억 인구를 발판으로 인터넷 업계가 쑥쑥 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온라인쇼핑몰, 포털, 지급결제 시장 등 다양한 업종이 커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뉴욕 상장은 중국 인터넷 역량을 한눈에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중국은 스마트폰 혁명도 재빨리 흡수해 모바일 산업에서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제치고 IT강국의 자리에 올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강남의 노른자위 땅 한전부지를 놓고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써낸 현대차가 땅주인이 됐다. 한전부지 옆에 있는 또다른 금싸라기 땅 서울의료원 부지의 주인은 삼성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천문학적인 강남 땅 매입 경쟁을 보면서 몰락한 일본의 90년대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뉴욕에 상장한 이유를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돈을 벌었다고 뒷짐 지고 배를 두드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기업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중국 1위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개척정신과 세계도전을 위한 혁신 의지도 찾아볼 수 있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되고 비전없는 나라는 추락한다. 땅값이 주는 희열에 취해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몰락한 일본이 좋은 예다. 미래먹거리를 찾으려 고민하는 중국의 알리바바에서 우리 기업가들이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지금 무엇을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디에 집중해야하는지, 누구와 경쟁해야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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