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의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의 재점검에 착수했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IM(ITㆍ모바일), 반도체, 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에서 마케팅 관련 인력 10여명 안팎을 차출해 마케팅 전략 재점검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는 그룹 수뇌부의 의중을 반영해 미래전략실의 주도로 이뤄졌다.

미래전략실은 주력 제품의 판매부진 원인을 살피고 마케팅 실패 사례까지 샅샅이 훑어본 뒤 이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수뇌부의 의사가 반영돼 계열사에 별도의 TF가 구성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그룹 내부에서도 삼성전자의 상황을 녹록지 않게 보고 있는 셈이다.

올들어 특히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된 이유가 '기술의 실패'라기 보다는 '마케팅의 실패'라는 기류가 그룹 수뇌부와 미래전략실 전반에서 강하게 제기되면서 마케팅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도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구성된 TF는 전사적 차원이기는 하지만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자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IM부문의 무선사업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가 소속된 IM 부문은 지난 2분기에 4조4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1분기의 6조4천300억원에서 31% 급감한 수치다.

지난 분기 이익 급감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마케팅 비용의 상승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4와 태블릿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물량 증가를 최소화하려고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실제 지난 2분기에 스마트폰 유통 채널에서 재고가 많이 쌓여 소위 셀인(sell-in,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판매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제품인 갤럭시노트4의 출시 과정에서 이전 모델의 재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재고와 신제품 모두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그와 같은 마케팅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이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실적은 악화할 대로 악화하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진 탓이다.

TF는 그간의 마케팅 전략과 현황, 성과는 물론 자체적으로 분석한 약점과 실패 사례까지 모두 뜯어본 뒤 일단 최근 1차 보고서를 미래전략실에 보고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전자가 보고한 보고서를 분석한 뒤 TF와 함께 향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지를 두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저가 물량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6를 출시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상황에 대한 대응은 물론 최근 잇따라 출시한 갤럭시노트4와 삼성기어S, 삼성기어VR 등 신제품의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마케팅 전략에 대한 재점검이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 임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가 경영 상황에 변동이 생기면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이를 미래전략실과 협의한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도 최근 들어 경쟁 심화와 판매 하락 등이 겹쳐 각 사업부마다 타개책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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