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KB금융그룹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과연 금융계의 `관치'가 반드시 배제돼야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금융계에 있어 `관치'는 산업부흥을 위한 강력한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을 펼친 데 따른 `필요악'이었지만, 이제는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력 향상을 위해 `관치'를 피해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 된 상황이다.

1961년 군사정부가 만들어 놓은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폐지됐고, 시중은행의 민영화도 이뤄졌다. IMF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했고, 당국의 간섭은 시장경제원리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인식돼 하나씩 제거돼 왔다.

이 부분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진보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금융기관 하나하나씩 뜯어보면 관치금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 개입이나 인사 간섭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B금융그룹의 최근 상황이다.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최고 경영진에 앉는 것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퇴진 이후 KB금융을 이끌 수장 자리를 놓고 그야말로 `이전투구식' 격돌이 벌어질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 금융권 안팎에선 KB인사와 관련한 하마평이 돌면서, 많게는 수십명의 후보군들이 저마다 `누구는 든든한 백이 있다더라, 누가 돌봐 준다더라'식의 루머를 동반한 물밑 경쟁이 과열될 양상이다.

자율적 경선을 통한 수뇌부 구성이라는 점에선 비난할 이유는 없겠지만, 소문처럼 정치권의 줄을 댄 사람들의 `백 파워 게임'이라면 그야말로 소모적인 일이다.

국가의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사실상의 공공재인 은행에 대해 정부가 공정하게 개입하는 게 간접비용 측면에선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외환은행 합병 이후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하나금융의 경우 지주사 회장을 중심으로 빠른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당초 5년간의 합병 기한을 최대한 줄여서 통합의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경영진의 의지가 거침없이 투과되고 있다.

적어도 은행 내부의 의사결정의 속도와 `거버넌스(Governance)'의 효율성만큼은 앞선 KB의 사례와 비교할 만하다.

금융산업, 특히 은행은 우리나라에 있어 준 공공재이며 기업과 개인의 경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분야다.

복잡하고 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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