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A 금융사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정기 검사를 받았다. 회사 직원들은 각각 서너 장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작성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각종 이메일과 문자, 메신저 내역 등을 제출했다.

금감원 정기검사의 성역은 없었다. 타 금융사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이전 회사에 몸담던 시절 주고받은 개인 메시지와 거래명세 등을 모두 제출해야 만했다.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B 금융사는 부문 특별검사를 받았다. 이 회사는 대표를 포함한 임원급 인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물론 전 직원들의 월급명세서까지 제출했다. 일부 직원 중에는 개인 카드 사용 내역서를 제출한 사람도 있었다.

가장 난감한 곳은 다름 아닌 회사다. 지나친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직원들의 푸념을 들으며 금감원을 피검사자 처지에서 상대해야 하는 회사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금융산업의 성격상 불법거래 정황이 의심되는 특정 기간의 정보를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두루뭉술한 의심 정황을 바탕으로 포괄적인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금융의 성격에 반하는 일이란 게 금융사들의 입장이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에 사인하지 못하겠다는 직원들 설득하랴, 금감원에 상황 설명하랴 검사를 앞둔 금융사들은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한 금융사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신상을 털어가도 되냐는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매번 검사에 임할 때마다 겪는 씁쓸한 일이지만, 갈수록 국내 금융산업 환경이 척박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수 엑스포가 열렸던 지난 2012년, 금융투자협회는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 등 162개 회원사에 박람회 티켓을 강매해 뭇매를 맞았다.

2년이 지난 올해, 역사는 되풀이됐다. 인천 아시아게임이 개막을 앞두고 몇몇 금융사들은 티켓 강매 요구를 받았다.

이번엔 협회를 통한 요청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알음알음' 티켓 구매 요청이 줄을 타고 내려왔다. 사장의 지인, 거래상대방의 지인 등 줄은 다양했다.

주로 평일, 시간 맞춰 참석해야 하는 경기 일정의 성격상 티켓 수요는 많지 않았다. 결국, 금융사 홍보팀과 기획팀의 예산으로 티켓 물량은 소진됐다.

희망퇴직과 지점축소, 판관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려고 몸부림치는 금융투자업계에 관행을 앞세운 티켓 강매는 올해도 이어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다들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으로 힘든 시기인데 여전히 이런 관행이 이어진다는 게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금융투자업계가 밖에서는 돈만 좇는 검은 세력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현실은 이곳도 여전히 힘들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