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號가 거센 풍랑에 시달리고 있다. 버팀목인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는 바닥모를 추락을 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니 기업들의 실적도 추풍낙엽이다. 기업들이 돈을 못 벌면 내수침체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관련 리스크는 크게 두가지다. 중국이라는 수출시장을 잃을 위기(마켓 리스크)가 하나고, 중국 기업들의 기술수준 향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먹거리가 사라지는 위험(경쟁자 리스크)가 다른 하나다. 최근 실적추락과 주가폭락을 동시에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은 대개 이 중 하나이거나 둘 다 해당되는 경우다.

한국 대기업들의 중국 매출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LG화학은 2013년 기준으로 중국 매출비중이 44%에 달한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중국 매출 비중이 18%, 포스코는 10%에 이른다. 현재 7% 중반인 중국의 성장률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한국 기업들은 돈을 벌기 더욱 힘들어 진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 기업들의 발전 속도다. 한국과 중국은 철강(포스코), 화학(SK이노베이션), 정유 업종에서 이제 경쟁체제에 들어섰다. 중국 내수시장이 좁아지자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정복하기 위해 세계무대로 나오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약진할수록 한국 기업의 설자리는 없어진다. 스마트폰은 이미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고, 조선(현대중공업)은 중국에게 1등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은 세계 최고의 거부가 됐다. 삼성전자 수준의 실적을 내는 회사는 중국에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 이러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은 신기술에 투자를 늘린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010년대비 2013년의 R&D(연구개발) 지출액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화웨이(130%)와 레노보(184%)가 삼성전자(88%)와 LG전자(53%)보다 배 이상 많았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전기자동차 회사 비야디(BYD)의 매출액 대비 R&D 지출액 증가율(2013년)은 5.4%로 현대차(2.4%)의 두배를 넘는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투자 확대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한국 업계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미래 경제모델은 무엇이 돼야 할까. 역사에 답이 있다. 2차대전 패망후 제조업 강국으로 부활한 일본은 신흥 수출국인 네마리 용(한국,싱가포르,대만, 홍콩)이 80년대에 급부상하자 제조기지를 이들에 넘기고 고부가가치 기술산업을 육성했다. 제조업체 소니는 몰락했지만 부품업체인 무라타(村田)제작소, TDK, 교세라, 일본전산은 건재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친 샤오미의 제품에는 무라타와 TDK 등 일본 업체들의 부품이 들어가 있다. 무라타제작소의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삼성과 애플, 중국의 스마트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핵심부품이다. 또 다른 중국 업체 ZTE의 스마트폰에는 소니의 카메라렌즈와 샤프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스마트폰 시대의 실질적인 승자는 일본 부품업체들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가 무너지자 덩달아 위기에 빠진 삼성전기.삼성SDI 등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하나는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이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제조기지를 넘기는 대신 품질좋은 소재와 부품을 그들에게 팔면 되는 것이다. 따라오면 더 먼 곳으로 도망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한테는 가격에 밀리고 일본한테는 기술에 밀리는 '넛크래커' 현상이 우리에게 엄연한 현실이 됐다.

중국은 우리에게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축복이면서 위기가 동시에 내포돼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가 피해를 덜 본 것은 중국의 경제 우산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수출시장이 줄었으나 중국 수출시장이 건재했기 때문에 우리경제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체 곳곳에서 중국과 경쟁 체제에 들어선 이제는 위기의 얼굴이 더 크게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빨리 찾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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