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문명의 이기(利器)가양질의 일자리를 빼앗는 괴물이 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증권업에 이어 은행업에서도 대면 창구 업무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금융기관의 창구 업무를 맡는 이른바 창구직원(clerk)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입출금 기준 은행의 대면거래(창구거래)는 전체의 1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1분기 대면거래는 26.9%였다. 불과 8년 사이에 대면거래가 반토막 수준보다 더 쪼그라든 셈이다.

인터넷과 텔레뱅킹은 47.5%에 달했고 자동화기기(ATM)도 41.2%에 달하는 등 고객들이 은행을 이용하는 데 사람이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간판 은행 대형지점 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 하루 평균 300장 정도 나갔던 대기표가 100장도 나가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조만간 고객이 사라진 증권사 객장의 살풍경이 은행 지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고객이 객장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은행의 지점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지점수는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7천697개에 이른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천500개 보다 오히려 167개가 늘어난 셈이다. 고객이 찾지 않으면서지점 수익성은 급격하게 나빠지고있다.2010년 526개였던 적자 지점수는 2011년650개,2012년 804개로 늘었다.

여기에다 은행권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어 조만간 증권사의 지점 폐쇄와 비슷한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알려주는 순이자마진(NIM)은 지난2.4분기1.88%까지 떨어졌다.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2011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NIM은 더 나빠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 순이익이 그만큼 감소할 것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50bp 내려NIM에도0.05~0.06%포인트의 하락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업이 빙하기를 맞은 공룡 신세로 전락할 것 같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면허장사로 뭉칫돈을 벌던 증권업이은행업의 불길한 미래를 앞서 보여주기도 했다. 적자지점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나빠지면 구조조정 압력으로 이어지는 게 필연이다.

은행 등 금융권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내수 산업의 중심으로 금융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이 타당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일자리 뺏는 괴물이 될지도 모를 스마트폰 탓에 금융업이 내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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