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업계가 수년째 불황의 고통스러운 긴 터널에 갇혀 있다.

증권사 CEO들을 만나보면 대·중·소형사 할 것 없이 모두 암울하다는 토로 일색이다. 수수료는 턱없이 떨어지고, 대내외 시장 여건은 어렵고, 규제가 많고, 도무지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얘기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약진은 시장의 시선을 끌 만하다.

회사의 도약은 주가가 대변한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011년 말에는 700원 하다가 2014년 10월말 현재 4,400원을 찍었다.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면 메리츠증권이 소리없이 잘나가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정도다.

뭣보다 오너인 조정호 회장이 경영에 직접 나서지 않고, 제대로 된 CEO를 데려와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 게 가장 큰 원동력이다. CEO를 발굴하고, 한번 맡기면 의심하지 않고,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조 회장의 탁월한 용인술 덕분이라는 얘기다.

오너가 신임하는 이 회사의 '투 톱' 경영진은 어떤 인물들인가.

최희문 대표(영업부문)와 김용범 대표(경영부문)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모두 업계에서 날리던 현업 선수 출신이다. 이들은 드물게도 국내와 해외기관에서 FX와 에쿼티, 픽스트인컴, 파생상품, IB를 모두 섭렵한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다. 다른 증권사처럼 금융지주나 은행에서 또는 관(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이 아니며, 그룹의 '빽'을 등에 업고 사장 자리를 꿰찬 인물도 아니다. 만약 다른 금융회사처럼 사추위를 구성하고 CEO를 선발했다면 이들은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성공 원인은 튼튼한 거버넌스 안정 위에 CEO들의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와 영업전략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스마트'한 2인의 대표에 동화되어 중간 간부들도 먹거리를 찾는 데 열정적이다. '딜'을 발굴해 경영진에 결정을 의뢰하면 즉각 치열한 토론과 검증을 거치고, CEO는 투자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이 과정은 절대 지체되지 않는다. CEO들은 돈 되는 비즈니스라고 할지라도 '잘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명쾌하게 구분해준다.

세 번째 특징은 이렇게 번 돈을 회사가 독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대표는 성과제가 어떻게 작동돼야 직원들의 열정에 불이 붙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성과 보상시스템의 작동으로 '무늬만 인센티브제'인 국내 다른 증권사들처럼 이로 인한 뒷말이 없다. 승진도 철저하게 성과에 따른다. 직원들은 윗사람 눈치나 살피고 내부 정치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현장을 뛰고, 밤새워 상품과 시장을 연구하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이런 소문이 나자 일류 선수들이 이 회사에 입사를 타진해온다. 금융업은 사람이 밑천인데 좋은 선수들이 모여드니 돈이 저절로 벌리지 않을 수 없다.

환경 탓만 하고 구조조정에만 열을 올리는 증권사 사장과 오너들, 금융지주 회장들, 금융업에서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탄만 하는 관계자들은, 최근에 아이엠증권까지 인수해 미래를 준비하는 이 회사를 잘 관찰해보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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