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월가에선 골드만삭스가 화제다. 전직 임원 그레그 스미스가 발표한 공개 사표 때문이다. 그는 사임의 변에서 골드만삭스는 고객을 위하지 않고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일한다고 지적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고객을 '봉(muppet)'으로 부른다고 그는 폭로했다. 월가에선 골드만삭스의 문화와 관행을 놓고 비난하는 측과 옹호하는 측이 설전을 벌였다.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하나 냈다. 채권을 떠나 주식에 투자할 때라는 내용의 보고서다. 채권에는 'Long Good Bye'(채권 매수는 끝)라는 딱지를 붙였고, 주식에는 Long Good Buy(매수할 좋은 기회)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번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말도 덧붙였다.

채권에서 떠나야 할 때라는 골드만삭스의 주장은 시의적절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향 안정세를 타던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완화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금리가 용수철 튀듯이 솟아오르고 있다. 美 금리는 최근 몇년간 Fed의 1~2차 양적완화 효과로 약세를 보여왔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한데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반복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매수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끝나고 연준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금리가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크다.







<1998년 이후 다우지수 월봉과 美10년물 금리 추이>



그러나 주식을 사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 여기서 10% 정도만 더 오르면 사상 최고치의 영역에 들어선다. 첨단기술주가 집중된 나스닥지수는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을 이미 돌파했다.







<2003년 이후 나스닥지수의 월봉>



골드만삭스의 주식 콜은 '고객은 봉'이라는 전직 임원의 말이 오버랩(중복)되면서 빛이 바랬다. 지금 주식을 사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봉'이 되는 것인지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회의 때 단 1분도 고객을 위한 안건은 논의하지 않는다. 순전히 고객을 이용해서 어떻게 최대한 돈벌이를 하느냐에만 집중돼 있다"는 그의 말이 투자자들의 뇌리에 계속 남는다.

골드만삭스의 낙관적인 보고서는 전형적인 꼭지 신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월스트리트의 치어리더들이 다시 필드로 모이고 있다며 경계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헨리 블로젯 전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트위터에 이제 주가 하락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10년전 닷컴 버블(인터넷 거품)'이라는 말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시장에서 바보가 누구인지 모르고 투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바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뉴욕에서든 서울에서든 '봉'이 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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