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지난주 미국 3위 거래소인 BATS의 기업공개(IPO)가 상장 첫날 취소되고 애플 주가가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거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주식 매매가 중단되고 급기야 IPO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빠른 성장을 해왔던 BATS는 시장의 신뢰를 잃고 큰 타격을 입게 됐다.

▲ 시스템 오류부터 IPO 철회까지 = BATS의 상장 첫날인 23일(미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BATS가 증권 감독 당국의 초단타매매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수개월간 진행됐던 조사여서 새로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가에 도움이 되는 소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BATS는 IPO 전일 밤 총 630만주의 주당 공모가를 16달러로 결정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인 16~18달러의 하단이었다.

BATS의 주가는 미국 동부 시각으로 오전 10시 45분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15.25달러까지 하락했다.

직후 기술적인 문제로 BATS 거래가 중단된다.

오전 10시 48분 BATS는 고시를 내고 주식 시세기에 사용되는 약어가 'A'부터 'BFZZZ'인 종목에 영향을 준 기술적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 이때 애플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

600달러 근처에서 거래되던 애플 주가는 10시 57분에 9.4% 급락한 542.80달러를 나타냈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5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11시 14분에는 BATS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데 나스닥에서 트레이더들이 앞다퉈 주식을 던져버리면서 주가가 '0'달러까지 추락하자 BATS 주식 거래는 다시 중단된다.

11시 55분 BATS는 자사주를 제외한 다른 종목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재개됐다고 발표한다.

오후 3시 10분 BATS는 당일 자사 주식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30분 만에 IPO를 철회했다.

BATS는 성명을 내고 "이날 일부 종목과 자사주 거래에 영향을 미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후 거래가 재개됐지만, IPO 철회가 회사와 주주들을 위해 적절한 행동이라고 믿는다"라고 발표했다.

▲BATS는 어떤 회사 = 자사 거래소에서 자사주를 거래하다 발생한 오류로 IPO 취소라는 사태를 맞은 BATS는 거래량 기준으로 미국 3위 거래소다.

BATS는 'Better Alternative Trading System'의 줄임으로, 대체거래소(ATS)로 출범해 2008년 정규거래소로 전환한 뒤 미국 제3의 주식시장으로 자리 잡아 가장 성공한 ATS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BATS는 트레이딩업체와 월가 은행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대적할 수 있는 거래소를 세우려는 목적에서 2005년 6월 설립됐다.

2006년 1월 27일 거래를 시작했으며 현재 거래대금기준으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이어 세계 3위다.

빠른 거래를 위해 만들어진 BATS는 기술적인 문제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거래량을 급속히 늘려갈 수 있었다.

작년 한 해 매출은 전년비 11% 증가한 9억2천700만달러를, 순익은 18.7% 증가한 2천35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BATS의 성공에는 거래자의 유동성 공급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보상금을 주는 '마켓테이커(Maker-taker)' 제도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동성 공급 시 0.0024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유동성을 감소시킬 경우에는 0.0025달러를 부과, 수수료에서 차별화를 둔 제도다.

초고속 거래시스템 운용회사인 트레이드봇 시스템(Tradebot Systems) 사장을 지낸 데이브 커밍스가 BATS의 설립자다.

커밍스의 후임인 조셉 래터맨 최고경영자(CEO)는 IPO 취소 이후 WSJ와의 인터뷰에서 "금요일의 일은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시스템에 고장이 난 것"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고객의 신뢰를 잃었으며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다"고 설명했다.

래터맨 CEO는 "BATS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 됐다"며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매우 나쁜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일이 컴퓨터와 빠른 속도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발생한 폐단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 원인과 파장 = 래터맨 CEO가 말했든 이보다 더 나쁜 타이밍일 수는 없다.

그는 다만 나스닥에서의 BATS 주식 거래 중단이 "IPO 취소의 한 증상이었을 뿐 원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가 원래 진행됐어야 할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BATS는 오류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 트레이더는 BATS의 IPO로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이 트레이더는 "BATS는 자사주를 자사 시스템에서 거래하고 싶어 모든 것을 쑤셔넣었고 결국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IPO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거래소에 어떻게 다른 IPO를 맡기겠냐고 반문한다.

에쿼티리서치데스크의 디에고 페르푸모 애넌리스트는 "이번 IPO는 여느 IPO가 아닌 거래소의 IPO였다"며 이번 일로 BATS가 과대평가됐음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IPO 리서치업체인 IPO데스크탑닷컴의 프랜시스 가스킨스 대표는 "이번 일은 BATS 거래 플랫폼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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