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증권사 창구에 현금이 다발로 들어오는 일은 흔치 않다. 주식거래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은행도 아닌 증권사에서 현금은 모시기 어려운 존재가 돼버렸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이 시작되는 날이면 증권가 창구는 180도로 돌변한다. 이번 삼성SDS 청약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

총 15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몰리면서 이에 비례해 증권사 창구는 어느 때보다 들썩였다.

공모주 청약에서 현금을 직접 들고 찾아오는 고객은 나이가 있는 고액 자산가다. 온라인 세대가 아니어서 증권사 창구에서 자신이 직접 청약을 처리하고 돈을 맡긴다. 이들은 자신이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을 최대한 긁어 증권사별로 정해져있는 청약한도를 꽉꽉 채워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SDS 청약이 있던 지난 5일과 6일, 100개 이상의 주식계좌 IC카드와 현금을 들고 증권사 창구에서 직접 청약을 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여러 개의 계좌를 만들어 총 342억원 한도까지 집어넣은 개인이 등장하는 등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들이 오갔다.

2010년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당시 강남 증권사 지점에는 새벽 5시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청약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삼성SDS 청약에서는 그런 일까지는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이 돈을 쏟아붓는 광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공모 과정을 지켜본 한 증권사 직원은 역시 돈이 돈을 부르는 게 자본주의 사회라면서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한탄하듯 쏟아냈다.

그는 "삼성SDS가 상장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공모가를 훌쩍 넘어설텐데 여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삼성SDS는 공모가가 19만원이다. 경쟁률이 100대 1이 되면 1억을 투자했을 때 5주를 건진다. 청약증거금이 원래 투자금액의 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건질 수 있는 주식이 많아야 10주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건네는 몇 천만 원 투자는 명함도 못 내민다.

돈을 많이 넣으면 넣을 수록 수익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레 되는것이다.

강남지점에서 오래 근무한 한 직원은 "돈을 벌기 위해 공모주 청약만 노리다 한번에 쏟아붓기 위해 평상시에 현금을 모아두는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면서 "이 사람들은 일단 지점에 들어와서 몇백억을 쏟아내고 조용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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