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 세계가 환율전쟁에 휩싸여 있다. 선진국에서 시작돼 중진국과 신흥국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최근 일본의 엔저 공습이 재개된 이후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으로 엔-원 재정환율이 급락하다 보니 한국 고위 당국자들도 연일 환율 발언을 입에 올리고 있다. 엔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외신들은 한국과 일본의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며 주목하고 있다. 엔저가 장기화되면 중국도 환율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에선 유럽과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지난주 구로다 총재가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하자 드라기 총재도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세계 어느 국가도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양보 없는 전쟁에서 패자는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인 환율전쟁이 오래 지속되면 세계 경제에도 지각변동을 몰고 온다. 가격이 움직이면 돈이 덩달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환율에 따라 자본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시장이 더욱 출렁거리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 체질이 허약한 국가들은 자본유출 문제를 겪게 되고, 심한 경우 금융위기를 겪기도 한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디커플링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한다고 해서 세계경제 전체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까지는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같이 웃었으나, 앞으로는 미국은 웃어도 울상짓는 나는 나라가 속출할 것이다. 미국 주식은 올라도 우리 주식은 오르지 않는 날도 많아질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한마디로 '강한 미국을 건설해 달라'는 것이다. 강한 미국의 밑바탕엔 강한 경제가 깔려야 한다. 강한 경제의 주춧돌은 강력한 화폐가치다. 슈퍼 달러 현상은 계속되고 그에 따라 국제자금의 이동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부터 시작될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제금융시장의 진공청소기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6년동안 전세계로 풀려나갔던 달러를 미국이 빨아들이면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경제 체력이 좋은 나라는 순항하겠지만 기초가 허약한 나라들은 패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1990년대부터 주기적으로 반복된 금융위기를 되짚어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값싼 달러자금을 믿고 디레버리지(부채 구조조정)을 게을리했던 부실체력 국가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가계부채 1천조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가 많은 나라는 홍콩(168%), 싱가포르(129%) 다음 세 번째로 한국(128%)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슈퍼 달러-울트라 엔저 시대'다. 미국이 불러온 달러 강세와 일본이 추진하는 파격적인 엔저가 만나 시장의 격변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헌술 더 떠 유럽은 미국이 했던 것처럼 돈을 풀겠다며 호신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대외변수 관리에 총체적인 힘을 모아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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