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내 정유사에 악재가 몰아치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에 더해 국제유가의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데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아시아 시장의 12월 석유 인도분 가격(OSP)을 인상하자 월가 절감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일부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향후 자금조달에 암초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3개사가 정유사업에서 올해 3분기에만 낸 영업손실 규모는 5천774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이 2천261억원으로 가장 많고, 에쓰오일이 1천867억원, GS칼텍스가 1천646억원이다.

에쓰오일은 6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GS칼텍스도 4분기째 적자 행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적자는 2분기 연속이다.

영업적자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평사들이 급하게 정유사들에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이후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된 점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재고평가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이다. 그러나 최근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올 3분기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2달러 수준이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재고평가손실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3분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재고평가손실은 각각 1천900억원, 710억원에 달했다. 이중 정유사업에서만 발생한 손실은 80% 수준으로 각각 1천400억원과 570억원이었다.

에쓰오일은 신용등급전망 등급전망 강등의 칼바람을 비껴갔지만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신평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1년만 해도 2조733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7천339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진데다 고도화설비 투자 초기 자금 지출 등으로 재무안정성도 나빠지고 있다. 작년말에 3조2천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에 4조원대로 증가했다.

에쓰오일은 현재 정유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 프로젝트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질유를 분해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제품의 생산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고, 연이은 설비 증설에 포화상태에 이른 파라자일렌(PX) 대신 올레핀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모두 실행하려면 5조원에 달하는 투자에 나서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유사업에서 활로를 찾기 어렵게 되자 정유사들은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윤활기유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오일뱅크 마저 윤활기유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공급 증가로 인한 '치킨게임' 양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과 6대4의 비율로 설립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충남 대산 공장에서 연간 65만t 규모로 윤활기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유사들의 적자폭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는 석유화학사업이 앞으로도 잘 나갈 것이란 장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력 제품인 PX의 시황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가 적잖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부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4분기 뿐 아니라 내년에도 정유사들의 수익 개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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