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한국에서 발행되는 위안화표시 채권에 '한강본드'라는 별칭은 어떨까요. 넓고 깊은 한강처럼 위안화 시장이 차츰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한뤼샹(韓瑞祥) 공상은행(ICBC) 한국대표는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역외 위안화 시장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활발한 시장참가자들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서울지점 대표로 부임한 한 대표는 특히 "역외 위안화표시 채권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상은행 홍콩법인은 최근 한국에서 비거주자로는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은 막대한 교역량이라는 기초가 마련된 만큼 은행들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소개해 기업들이 위안화 무역결제를 확대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상은행은 현재 서울지점과 부산지점을 포함해 한국에 총 4개 지점이 있다. 서울지점의 직원 수는 지난 9월말 기준 110명이며, 자산규모는 110억달러(약 12조원)다.

한뤼샹(韓瑞祥) 공상은행(ICBC) 한국대표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 위안화거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 첫째로 은행은 물론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까지 포함해 시장에 충분한 참여자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상품을 많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상품이 갖춰진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면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낙관한다. 공상은행은 전 세계에서 위안화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으로 한국에도 더 많은 금융상품을 도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중국과의 엄청난 규모의 실물 교역량이 뒷받침되므로 역외위안화시장 발전을 위한 탄탄한 기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은행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소개해 기업들에 위안화 결제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알리고 위안화 무역결제를 독려해야 한다.

- 공상은행 홍콩법인은 최근 비거주자로는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위안화 채권 발행의 의의는.

▲ 이번 위안화표시 채권 발행은 한국에서 역외 위안화 시장 발전에 큰 발걸음을 뗀 일이라 자평한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중국계 금융기관과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국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가지 제안하자면, 한국의 위안화표시 채권에도 별칭을 붙여 더 많은 시장참가자에게 알려졌으면 한다. 역외 위안화 채권은 홍콩에서 '딤섬본드', 싱가포르에서 '라이언시티본드'라 불린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을 '자장면본드'라 부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강본드'가 어떨까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고 발표한 바 있다. 위안화 시장이 발전한다면 한국 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한강본드라는 이름을 지어봤다.

매일 출근하면서 한강을 본다. 한강은 넓기도 하지만 깊이도 매우 깊다. 한강은 여러 수원지를 거치면서 점차 큰 강을 이룬다고 들었다. 역외위안화 시장이 확대되려면 한강처럼 금융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한 단계씩 나아가면서 자금 풀(pool)을 넓혀야 한다고 본다.

- 역외 위안화 채권 시장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것 같은데.

▲역외 위안화 채권 시장을 확대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상은행은 최근 발행한 사모채 외에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 발행에 따르는 비용이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든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게 되면 외국계 채권발행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공상은행이 위안화 직거래 시장조성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관련해서 향후 계획은.

▲시장조성자로 선정돼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매수매도 호가를 제공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본분에 충실할 것이다. 또 기업고객과 거래참가자들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할 것이다. 단순한 상품만으로는 고객 확보가 어려우므로 국내외 금융기관과 협력해 더 많은 상품을 만들고 해외 상품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해 시장 육성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위안화 예금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 위안화 예금 전망은. 또 만기연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나.

▲ 현재 위안화 예금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앞으로 폭발적인 증감은 없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교역을 통해 확보한 위안화를 예금하고 투자할 가능성이 커서 전체적인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규모의 위안화 예금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큰 숙제다. 역외에서 운용한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위안화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국내 운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미 만기된 예금이 속속 나오고 있고 그중에서는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도 많다. 롤오버(만기연장) 시 이전만큼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시장확대를 위해 고객요구에 최대한 부응하려 한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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