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미국의 경기 침체로 발생한 경기적 실업이 고착돼 구조적 실업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미국시간) 최근 고용지표 개선에도 장기 실업자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 실업률은 9.1%에서 8.3%로 가파르게 하락하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장기 실업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달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는 노동인구 중 3.5%였다. 이 숫자는 2년 전에 4.0%였는데 총 실업률 낙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평균 실업 기간은 40주로 지난 6개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장기 실업자와 단기 실업자의 엇갈리는 명암은 전문가들에게 큰 걱정거리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실업 문제가 더 깊고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면 장기 실업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해버릴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용시장의 이력현상(hysteresis)으로 불린다. 경기 침체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높은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유럽병'이 이력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유럽 주요국가에서는 구조적 실업이 급증하면서 15년간 높은 실업률이 지속됐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껏 이런 문제를 겪어본 일이 없다.

지난 1980년대 초 실업률이 한때 11%까지 상승했을 때도 평균 실업기간은 최장 21주였다.

전(前) 미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주 J.브래드포드 드롱 UC버클리 교수와의 공동 연구 결과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경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으며 미국도 이력현상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심각한 경기 침체 때문에 경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지적한다.

경기적 요인으로 실직자가 된 후 최신 기술과 산업 동향에서 뒤처지면서 재취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구조적 실업을 막고자 경기적 실업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강조했던 바이기도 하다.

이력현상이 나타났다고 선언하기 이르다는 진단도 있지만, 서머스와 드롱 교수는 몇 가지 신호를 지목한다.

그중 하나가 경제활동참가율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 실업률이 0.8%P 떨어지는 동안 경제활동참가율은 64.1에서 63.7로 하락, 29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즉, 늘어난 일자리 수보다 취업을 아예 포기한 미국인이 더 많이 증가했으며 이 때문에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한 원인이겠지만, 미국 경제과 전과 다른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제시되는 실업 문제 해결책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실업이 정부 지출이나 세제 감면 등의 경기부양책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구조적 실업이 자리를 잡기 전에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도록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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