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비행정(飛行艇)'을 아는가? 이름이 생소한 탓에 '날아다니는 배(艇)'를 떠올릴지 모르나 그렇지는 않다. 비행기가 땅에서 바퀴를 이용하여 빠르게 달리면서 양력을 얻어 하늘을 난다면, 비행정은 물에서 배처럼 빠르게 나아가면서 양력을 얻어 하늘을 난다. 그러기에 통상 비행기 '바퀴(랜딩기어)'가 있는 위치에 비행정은 '배'가 달려있다. 이를 이용하여 비행정은 물 위에서 뜨고, 또한 물 위에 내려앉는다.

좀 오래된 일이지만 내 친척 중 비행정 엔진고장으로 바다에 불시착하는 사고를 당한 분이 있다. 지금이야 GPS며 위치추적 기술이 상당하나 당시 기술로는 망망대해 어느 구석에 비행정이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비행정은 물 위에 뜰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날 수 없는 형편. 그는 구조대를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술회하길, 배가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작 큰 문제는 '갈증'이었다. 목이 타들어 가는데 물이 없어 마시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물론 도처에 물은 많다. 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하지만 바닷물은 마실 수 없다.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당장 갈증은 가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염분 탓에 체내의 수분이 더 빠져나가 더욱 목이 마르다. 그렇다고 또 바닷물을 마시면 금세 목이 타고, 악순환을 거쳐 결국 죽고 만다. 절대로 바닷물은 마시면 안 된다. 지금의 갈증을 해결한다지만 그건 사실상 ‘독약’을 마시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다시 한 번 시장을 강타했다. 가뜩이나 잔뜩 불어난 일본은행의 통화공급인데 거기에다 10조∼20조엔을 더 얹는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기 때문. 달러-엔은 116엔대까지 수직으로 상승하더니 도무지 내려올 줄 모른다. ‘잃어버린 20년’ 장기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아베의 정책은 얼핏 타당성이 있다. 엔화를 무한정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동시에 인플레를 자극하여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기도 하다. 엔화 약세로 수출은 늘지 모르나 수입물가가 오르니 서민들의 생은 더욱 팍팍해진다. 또한, 돈을 잔뜩 풀면 물가와 함께 금리도 상승한다. 그 결과 GDP 대비 230퍼센트를 웃도는 일본의 국가부채 이자부담도 덩달아 늘어난다. 아베는 이를 소비세 인상으로 충당할 생각이라지만 엔화 약세로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들 소비자들이 과연 지갑을 열고 그래서 세입이 증가할지는 의문이다.

아베노믹스는 자칫 조난당한 비행정에서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격이 될 수 있다. 지금의 갈증은 가실지 모르나, 이는 결국 ‘자살행위’이다. 우리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사족) 비행정 비행사 이야기가 궁금한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다행히 조난 사흘째 되던 날 비가 내려 갈증을 없앴고, 구조대에 발견되어 살아 돌아왔다(그랬기에 우리는 그의 ‘무용담’을 들을 수 있다). 독도며 야스쿠니 신사 일로 감정은 좋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아베노믹스도 무사 귀환하였으면 좋겠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아베노믹스로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통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였다. "모진 놈 옆에서 벼락 맞는다"더니 바로 그 짝이다. 그나마 조금 반등하려던 코스피지수의 차트도 엔화 약세로 '도루묵'이 됐다. 물론 핑곗거리로 '아베'이지 엄밀하게 따질 때 차트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하락추세인지라 반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반등이 끝나면 시장은 기존의 하락세를 이어갈 터. 그게 바로 ‘추세’의 힘이 아니겠나.

일목균형표를 보면 금세 해답이 나온다. 지수는 1,896에서 슬금슬금 반등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구름의 하단 언저리에 이르렀다. 내친김에 구름마저 뚫고 상승세로 바뀌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구름의 두께가 막강하다. 구름의 하단은 1,950이고 상단은 거의 2,000선 부근. 따라서 지수가 50포인트 이상을 쉬지 않고 올라서야 비로소 구름을 돌파할 수 있다. 작금의 ‘엔저’ 등 시장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가능성이 작다. 후행스팬도 26일전 캔들에 닿았다. 지수는 구름에 닿고, 후행스팬은 캔들에 닿았다면 저항선이 ‘떠블’로 작용하는 셈. 이처럼 강력한 저항선을 넘기기를 바라는 것은 막연한 ‘희망사항’이겠다.

항상 말하는 것이나, 상승추세에서도 내내 주가가 오르지 않고 종종 조정이 나타나듯이 하락추세 역시 내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여름이라고 내내 덥지 않고, 겨울에도 간간이 따스한 날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어차피 계절을 속일 수 없듯이 추세가 쉽사리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술적지표를 살피더라도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다. 가장 민감한 MACD 오실레이터는 이미 지난주 목요일(11월7일)부터 '매도'를 주장하고 있으며 또 다른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 역시 동일한 신호를 발생했다. 볼린저밴드도 마찬가지. 주가가 윗 밴드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밀리는 것이 확인된다. 이런 분위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덜 예민한 지표마저 차례차례 ‘하락’을 신호하리라 예상된다. 무슨 말을 더 하리? 아쉽지만 반등은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도리이겠다. 시장은 아래로 고개를 더 내려뜨릴 공산이 높다.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 나는 이 자리에서 다소 과격할지는 몰라도 “환율이 1,100원을 넘기는 것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따름”이라고 주장하였다. 달러-엔이 116 이상으로 치솟는 와중에 1,100원의 저항선을 의식하는 것은 한가하거나 심지어 순진한 생각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하기야 나 뿐만은 아니었다. 외환시장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율 상승을 점칠 수 있었으니 새로운 일도 아니다.

달러-원은 지난주 금요일 마감기준으로 드디어 1,100원마저 넘어섰다. 장중에 1,100원을 넘긴 것이 여러 차례이더니 이젠 종가마저 돌파하였다. 순진한 생각이건 뭐건 시장에서 강력한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수준이 뚫렸다면 그다음 저항선을 만날 때까지 환율은 의당 오를 참. 소위 ‘레벨 업’이 예상되는 순간이다.

환율이 ‘너무’ 오른다고 과열을 걱정하거나 추세를 의심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더구나 조정도 끝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주일 동안 하락추세의 도중에 나타나는 조정, 즉 ‘반등’을 경험하였지만 달러-원의 경우 조정이 나타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 차트를 보면 달러-원이 10월 초 1,074원이던 것이 10월 말 1,045원에 이르도록 10월 내내 하락한 것, 즉 조정을 경험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연후에 환율은 다시 오른다. 상승추세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조정국면을 일찌감치 지났으니 앞으로 남은 일은 상승 이외에는 없다.

MACD, RSI, 스토캐스틱에다 CMO, CCI 등등... 거의 모든 기술적지표들이 ‘상승’을 말하고 있다. 이 판국에 내가 다른 전망을 할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아울러 1,100원이라는 강력한 저항선마저 넘어선 상황이다. 달러-원의 상승세에 거칠 것은 없겠다. 상승세가 막강할 때에는 저항선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참고로, 직전고점은 1,127원이었으며 그 위로는 1,164원이 눈에 뜨이는 정도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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