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달라졌다.취임 이후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였던 그가 이제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11월 한은 기준금리를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와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인 금융협의회 등에서 쏟아낸 지난 주 발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에 적극 협조했던 이 총리가 이제 정부도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은 정부의 몫…책임지라

이 총재는 지난 14일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인 금융협의회에서"이틀 전 발표된 고용보조지표에서 이른바 체감 실업률이 10%로 나왔다"며 "이런 지표들로 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고용이다. 경제정책의 역점도 고용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경제정책의 역점을 고용에 둬야 한다고 명시한 데대해 전문가들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중한 언행으로 유명한 이 총재가 상당한수위로 정부의 책임론을 강조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기업이 고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발언으로 정부의 책임을 거듭 거론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기자간담회를 통해"현재 (기준)금리가 경기를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이전과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틀 사이에 나온 이총재의 발언을 연결해서 보면시그널이 보다 분명해 진다.

금통위가 통화정책 차원에서 충분히 협조했으니 이제 정부가 고용 등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라는 게 이총재의 지적인 셈이다.

◇총재·부총재는 정통 한은맨…가계부채에 무한책임 느낄 것

이 총재가 가계에 돈을 빌려주는 시중은행장과 만남인 금융협의회에서 가계대출이 증가한 현상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힌 대목도 새삼스럽다. 그는 "금리 인하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곳이 있다"며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시중은행장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대출을 눈여겨보겠다고 했다"며 통화정책 당국이 가계대출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실제 지난 8월 이후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가계대출은 8월 4조6천억원,9월 3조7천억원,10월 6조9천억원 등 모두 15조2천억원이나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547조4천억원의 2.8% 가량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3개월만에 늘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다.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된 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자칫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내몰릴수 있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과도한 가계대출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2012년 당시 한은 집행부 및 금통위는 정부의 경기부양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도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몰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인포맥스 10월20일자 '<배수연의 전망대> 기준금리 1%와 이주열의 트라우마'참조>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는 당시 부총재와 부총재보로 각각근무했다. 일부 관료들은 당시금통위가유동성을 시중에 과도하게 공급한 탓에 가계부채 증가를 촉발시켰다며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통 한은맨인 이총재와 장병화부총재(당연직 금통위원) 등이 사상 초유의 1%대 기준금리를 감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총재와 장 부총재가 여기서 더 물러설 경우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내몰릴 수 있고 자칫 한은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장본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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