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장단에 맞춰 움직이던 외환시장과 미 국채 시장이 앞으로는 더 많은 재료에 관심을 쏟으면서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미국 달러화는 버냉키 의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오르고 내렸다. 향후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솟구쳤다 가라앉기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다우존스는 그러나 27일(현지시간) 칼럼에서 ▲국제 유가 상승 ▲고용시장 회복 불투명 ▲대통령선거 ▲세계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저마다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시장 예측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진단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6일 전미 실물경제협회(NABE) 연례 콘퍼런스에 배포된 사전 연설문에서 노동시장이 아직 치료되지 않았다며 "노동시장의 최근 개선 속도가 지속할지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양적 완화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암시한 비둘기파적 발언에 달러화는 하락했다. 또 주가가 상승하고 위험선호심리가 증폭됐다.

그러나 버냉키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특히 미국 국채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우존스는 이 점을 두고 앞으로 Fed의 통화 정책 관련 발언이 이전만큼 달러화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 국채 금리가 버냉키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도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치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26일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3/32포인트 하락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1bp 높아진 연 2.251%를 기록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하나는 오는 11월의 대선으로 꼽혔다.

Fed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라던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하나는 Fed가 실제로 양적 완화를 실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전의 경기 부양책으로도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진한 주택시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버냉키 의장 발언의 영향력이 약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스탠더드차타드는 지난주 장기 미 국채 펀드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이 10억달러로 최소한 5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추정했다.

국채 시장에서 버냉키 의장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면, 앞으로 달러화가 Fed의 발언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칼럼은 설명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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