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경제 금융계에 관피아·정피아 논쟁이 뜨겁다. 금융계의 주요 포스트를 과거 재정경제부 출신 등 경제관료들이 차지한 데 이어 정치권 인사들이나 정치권에 줄을 댄 금융계 인사들이 줄줄이 꿰차면서 촉발된 논쟁이다.

관피아·정피아 논쟁은 이른바 정부(官)는 다스리기(治) 위해 존재한다는 관치(官治)논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진짜 관치주의자들은 최근 너무 억울하다. 부족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관료들의 애국심이 일부 왜곡된 사례 탓에 너무 싸구려 취급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최근 유효수요 부족 등에 따른 양극화 현상에 대해 고민하는 일부 관료들은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관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유효수요가 부족한 바로 지금이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주도해 일자리 등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장관을 지낸 A씨는 가계의 소비,기업의 투자,정부의 재정지출,경상수지 등으로 구성된 성장동력 가운데 지금부터 주목해야 할 요소가 바로 정부의 재정지출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는 실질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부채만 잔뜩 늘어 당분간 소비를 늘릴 여유가 없는 경제주체로 지목됐다. 기업은 현금을 잔뜩 보유하고 있지만 섣불리 투자에 나설 수 없다.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할 정도로 투자를 통해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서울 삼성동 부지를 10조원에 사들였다가 주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한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부 주주들은 배임혐의로 경영진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소비와 투자가 제 몫을 못하는 가운데 수출 증대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에 기대 성장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특히 최근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해지면서 전체 성장의 대부분을경상수지 흑자가 담당하는 축소균형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칫 대외균형까지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내몰렸다는 의미다.

진짜 관치론자들은 바로 이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부족한 유효수요는 민간주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금리와 환율 등 매크로 환경도 잘 관리해야 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해 단기간에해결할 수 있는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설명이다.

일자리 부족 문제도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사회적 일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우선 교육에 대한 재정 투입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재정 투입은 미래에 대한 투자 차원으로 부의 재분배 기능까지 갖춰퍼주기식 복지와 성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를 앞두고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정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당장 사회복지사, 간병인 서비스 등은 재정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지금 경제 주체 가운데 가계는 과도한 부채 등으로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통한 복지 등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지 않으면 자칫 가계발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우리나라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아직 흑자를 기록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재정 부문에서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무려16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동원한관치 금융으로 기업을 지원한 선례를 가지고있다.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를 대상으로 진짜 관치가 필요한 시기라는 일부 관료들의 지적이 왠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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