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빚어진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고자 직접 사과했다.

그동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행위에 대해 잇따른 해명만 내놓던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조양호 회장은 12일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조현아의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조현아의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대표 등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첫째 딸인 조 전 부사장이 지난 5일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승무원과 견과류(마카다미아 너트)를 접시에 담아내지 않고 봉지째 서비스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이 관련 메뉴얼을 즉각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성으로 질책하고, 항공기를 되돌린 데 대해 아버지인 조 회장이 직접 사과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검찰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들어서자 그룹의 총수이자 아버지인 조 회장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3시 국토부의 사실관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 회장이 직접 나섰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땅콩 회항'의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이 사건이 발생한 초기에 적극적으로 사고수습에 나서지 않아 국민 감정을 안일하게 봤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나아가 다른 그룹의 오너가에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는 모양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팀장은 "사건의 본질은 전근대적인 경영형태와 제왕식 경영에 있다"면서 "추가 조사가 남은 만큼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조 전 부사장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생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사과의 내용과 출두 과정, 시점도 모두 엉망으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비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차기 경영학회장인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건 잘 된 일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의 한 관계자는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오너의 행태는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시스템적인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국민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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