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 국제금융시장이 혼돈 그 자체다.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추락해 새로운 저유가 패러다임을 예고했고, 중국과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국)의 주가 급락은 불안감을 자극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번 주에는 아베노믹스의 재시동과 그리스의 조기 대선, 미국의 통화정책 회의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신임을 얻은 아베노믹스는 엔저에 새로운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영향으로 1강 독주 체제를 만들었고 최대 5년 더 엔저 정책을 추진할 명분을 얻게 됐다. 달러-엔이 선거 전 120엔을 넘겼던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엔화 약세 추세가 재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아베 총리는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과 원전 재가동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일본이 아베의 의지대로 원전 재가동을 하게 되면 연료 수입이 크게 줄게 돼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강세에 불을 붙일 미국의 금리인상도 중요한 변수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는 양적완화 정책을 공식 종료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회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회의 후 직접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어서 내년도 연준 통화정책의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 관심사는 연준이 통화정책 성명을 변경할지다. 월가에선 연준이 "상당 기간(considerable time) 저금리를 지속한다"는 문장에서 상당 기간을 삭제하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상왕으로 불리는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몇 달 전에 비해 Fed 위원들이 상당 기간이라는 말을 삭제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WSJ의 연준 전문기자 힐센래스 기자는 "12월 회의에서 상당 기간이라는 부분이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상당 기간이라는 말에 변화를 주면 시장은 이를 내년 6월쯤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는 그리스를 주목해야 한다. 17일 예정된 그리스 대통령 선출이 1차 고비다. 그리스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17일 1차투표, 23일 2차투표, 29일 최종 투표를 한다.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해산하고 내년 1월 25일 조기총선을 하게 된다.

정당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급진좌파 시리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시리자는 과거 그리스 금융위기 당시 해외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조건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전력이 있다. 시리자의 집권은 곧 이러한 금융질서를 파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이 다시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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