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일본 최대 LCD 업체 샤프가 대만 혼하이(鴻海) 정밀공업과 제휴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전 소니와 맺었던 제휴에서 생긴 불협화음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미국시간) 이번 제휴가 배타적이었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소니와 샤프의 제휴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소니와 샤프는 지난 2008년 2월 액정TV용 LCD 패널을 공동생산하는데 합의했다.

소니는 지난 2009년 샤프의 새로운 LCD 패널 공장에 100억엔을 출자하고 합작사인 샤프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의 지분 7%를 보유하기로 했다.

소니는 지난해 4월까지 추가 투자로 합작사 지분을 34%로 늘릴 계획이었다.

무려 1조엔이 들어간 일본 서부 오사카(大阪)부 사카이(堺)시의 LCD 공장은 최첨단 생산 기술을 갖췄으며 높은 효율성으로 생산 비용을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됐다.

제휴를 통해 소니는 TV에 들어갈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했고, 샤프는 공장 설립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모두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소니의 기대와는 달리 제휴는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샤프가 2009년 10월 사카이 공장을 가동하고 수개월 뒤 TV 시장에서 반등 조짐이 나타났고 패널 공급량이 부족해지게 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어컨, 냉장고, 디지털TV를 구입하면 일정 금액을 적립해 주는 '에코포인트' 제도가 실행되고 전면적인 디지털 방송 전환을 앞두면서 TV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사카이 공장의 생산성은 낮았다.

소니가 공급받는 물량은 적었고 패널 가격 또한 시장가격보다 높았다.

소니는 수요가 정점에 달했을 때 샤프 측이 애초 약속과 달리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생겨난 불만으로 결국 지분 확대 기한을 1년 미루기로 했다.

소니는 애초 작년 4월까지 합작사 지분을 늘리기로 했었지만 추가 투자가 과연 그들에게 득이 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추가 투자는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패널을 더 많이 매입한다는 조건을 포함하는데, 당시 공급 부족은 해결된 상태였고 다른 패널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사는 편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소니는 TV 사업에서 7년째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망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TV 시장은 부진에 빠졌다.

사카이 공장에는 재고가 쌓였고 샤프는 결국 지난달부터 오는 9월까지 생산시설의 절반만 가동하기로 했다.

샤프는 올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소니와 샤프가 등을 돌리면서 샤프는 혼하이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샤프는 27일 LCD 패널 분야 제휴를 위해 669억엔 규모의 주식 1억2천100만주를 발행해 혼하이 측에 넘겨주기로 했다.

혼하이는 샤프 전자의 주식 약 10%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테리 궈 혼하이그룹 회장은 샤프의 사카이 공장 지분 92.96% 중 절반인 46.48%를 660억엔에 매입하기로 했다.

소식통은 소니가 합작사 지분 7%를 앞으로 수개월 안에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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