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배당을 30~50% 늘리겠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기말 배당이 1만3천8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당 2만원 안팎 수준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배당확대 유도와 주요 연기금 및 운용사들의 강력한 배당 확대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이기도 하고, 삼성의 승계 작업을 배경으로 하는 조치라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한국 기업들의 낮은 배당 성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미국 등 서구기업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떨어진다. 2013년말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가운데 시총 10조원 이상이면서 배당수익률 3% 이상의 기업의 숫자는 50개였다. 하지만 KOSPI 시총 30대 기업 가운데 3% 이상 배당을 준 곳은 SK텔레콤과 KT&G, SK이노베이션 등 단 3곳 뿐이었다.

자연스레 배당 성향이 낮은 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소비 진작과 자산 배분을 위해 기업들의 유보를 배당으로 풀어놓으라고 권장하는 데는 경기활성화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기본중의 기본이 바로 배당이라는 것을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성장 제일주의라는 명분 때문에 숨겨왔던 측면이 있다.

세계 주요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률이 10% 안팎임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들은 주주에게 매우 인색해 왔던 것이다.

배당을 늘린다고 기업의 성장과 실적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다수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늘려왔던 기업일수록 재정적으로 더 낫고, 수익을 성장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역사가 오래된 우량 기업 가운데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사례가 그것을 입증한다.

상장사들은 주주의 투자금으로 사업을 해 왔고, 오히려 성장이 부진한 시기에는 주주들에게 적절한 배당을 통해 보상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최근 상황은 주주환원에 적당한 기회라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투자확대의 기회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시기에 주주에게 배당을 늘려 이익을 환원해 온 미국 기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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