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차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하며 비약적으로 인류 발전을 견인한 '슈퍼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오일경제와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글로벌 경제에서 일자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유효수요가 부족해졌고 각국 정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해법을 찾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0세기는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자본주의 완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1950~1970년사이 경기확장 국면에서 민간부문에서만 일자리가 매년 3.5%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1980~1990년대에는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일자리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그래도 2.4%씩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 창출 능력은 21세기 들어 급제동이 걸렸다. 인터넷이 본격 도입된 2000년 이후에는 경기 확장 국면에도 일자리는 0.9% 씩 오히려 감소했다. 경제 성장에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른바 '노동의 종말 시대'가 도래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샌프란시스코 연준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금융위기 직후 2009년 한 해 동안 GDP는 변동이 없었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4.6%가 줄었다"며 생산성 향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성장에 따른과실이 상위계층에서 하위 계층 흘려내릴 것이라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의 신화도 사라졌다.

'제 3차 산업혁명'과 '한계비용제로의 사회'라는 책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오일경제와 금융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2차 산업혁명기가 트리클다운의 소멸로 '탐욕의 경제'로 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상위계층에만 집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주의 진영의 맹주인 미국은 1980년도에 일반 노동자의 42배에 불과했던 기업 CEO의 연봉이 2000년대 들어 530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레이거노믹스와 함께 승자독식의 논리로 무장한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1980년도 이후 소득 증가분의 80%는 상위 1%로 들어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976년 최상위 1%가 세전 소득의 9%를 가져갔지만 2007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전체 세전 소득의 23.5%를 차지했다. 상위 1%가 독식하는 사이에 청장년의 가계 소득은 낮아지고 빈곤층은 증가하면서 트리클 다운의 구조는 사라졌다.

일부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 경제도 '연못 속 붕어 두마리 식' 디플레이션이라는 대재앙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고경고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만 집중된 승자 독식이 유효수요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못 속 붕어 두마리 식' 재앙은 1980년대 민주화가 한창인 시절 유행한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 내용이다. 작은 연못에 살 던 붕어 두마리가 싸우다가 한 마리가 죽고 그 살이 썩어 들어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됐다는 우화 같은 내용으로, 공존의 필요성을 역설한 노래다.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 소동'을 계기로 재벌 3세가 전면에 등장한 우리나라 경제에 공존이 또 다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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