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5년 세계 경제는 가장 잘 나가는 미국과 고난의 행군을 하는 나머지 나라들로 압축할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산도 그에 박자를 맞춰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활하는 미국 경제의 위상을 반영해 달러 자산이 인기를 끌 것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나머지 나라들의 자산은 주목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년호에서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이중속도형 경제(Two-speed economy)' 정의했다. 이는 우열반이 극명히 나뉘는 양극화된 경제를 뜻한다. 미국은 빠른 스피드로 치고 나가는 우등생 역할을 하겠지만 나머지 나라는 거북이 걸음을 걷는 열등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길고 긴 터널을 지나 경제회복 궤도에 안착했다. 위기 때 가동했던 돈풀기를 작년에 완전히 중단했고 이제 돈줄죄기를 본격화 한다. 올해 6월쯤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제회복 속도를 봐가며 추가 인상을 저울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돈줄죄기는 다른 나라에 재앙과도 같다. 신흥국 중에선 유동성이 고갈돼 위기에 빠지는 나라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에선 좋지 않은 신호가 나오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여러 차례에 걸친 부양책을 썼음에도 경제에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작년 연말 재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잇따른 경제대책을 발표해 '아베노믹스 시즌2'에 힘을 불어넣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아베의 의도대로 엔화는 계속 내려가고 있으나 경제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경제지표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은 독일과 프랑스 등 중심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위기에 처한 가운데 남유럽까지 속을 썩이고 있다. 그리스는 올해 1월말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급진좌파 시리자가 집권하게 되면 유럽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나마 세계 경제에 버팀목이 됐던 중국도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7% 성장률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은 세계 경제에 긍정적 모멘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걸 가지고 중국 정부의 태도가 적극적인 부양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무리한 성장보다는 개혁으로 체질 강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경제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 경제의 전망은 어떤가.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체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신년호에서 집계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무려 54%에 달한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은 각각 14%, 15%에 불과하다. 미국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느림보 회복을 보인다면 우리 경제는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화두인 이중속도형 경제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협요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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