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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내 책상 앞에는 표어를 적은 종이가 여러 장 너덜너덜 붙어 있었다. 예컨대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였던가?)”, “소년이여 야망을 품어라!” 같은 글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치기 어린 짓이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심각한 일이었다. 공부는 해야겠는데, 최면제라도 발라놓은 듯 그놈의 책상 앞에만 앉으면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왔던 터. 그걸 뿌리치고 공부에 전념하려면 ‘독한(!)’ 결심이 필요하였다. 그럴 때마다 ‘결의’를 다졌고, 그것을 종이에 써서 덕지덕지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새해가 밝았다. 사실 시장은 지난 금요일(1월2일)에 이미 신년개장식을 하였지만, 오늘이 진짜 ‘새해의 첫날’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월요일이기 때문이겠다. 어쨌거나 새해가 되었으니 무언가 시대에 맞는 좌우명을 하나 만드는 것도 좋다. 그런 뜻으로 하나 골랐다.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論語, 季氏編)

간략하게 해석한다면, 태어날 때부터 아는(生而知之) 사람이 최상이고, 배워서 아는(學而知之) 사람은 차상. 어려움에 닥쳐서 배우는(困而學之) 사람은 그 아래 단계이지만, 곤란을 겪었는데도 배움이 없는(困而不學) 사람은 최하급이란 뜻이다.

굳이 이 구절을 언급하는 이유를 길게 말할 필요 없겠다. 새해가 되었으니 올해에는 어려움을 당하고 나서 비로소 배우기보다는 미리미리 공부해서 그 어려움을 피해보자. 그러면 매매나 투자에서 저절로 성공을 거두지 않겠나... 뭐 이런 이야기이다.

새해가 되면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누구나 무언가 의미 있는 결심을 한다. 금융시장에서 매매하는 우리로서는 시장이나 가격 움직임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여 종종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그런 일을 올해에는 조금이라도 덜 당하고 싶다는 것이 자그만 바람이다. 그러기에 학이지지(學而知之) 혹은 하다못해 곤이학지(困而學之)를 운위하는 것이다.

설마 당신은 최하급, 즉 ‘곤란을 겪었는데도 배움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터.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다 새롭다. 똑같은 해(sun)이지만 12월에 뜨던 것에 비하여 1월1일에 동산에서 떠오르는 해는 무언가 ‘정기’를 품은 것 같다. 새 마음, 새 뜻, 새 결심. 그러기에 새해이다. 주식시장도 새해에는 희망에 부풀었으면 좋겠다. 1월에는 기대감으로 항상 주가가 오른다는 ‘1월 효과(January Effect)’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챘을 터. 사설이 길어진 이유는 1월인데도 불구하고 전망이그다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야 알다시피 ‘차트쟁이’이다. 시장의 움직임을 차트, 즉 그림을 그려놓고 예측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새해이로되 그 ‘그림’이 영 엉망이다. 내가 즐겨보는 일목균형표를 척 살피니, 아무리 따져도 전망이 비관적이다. 시장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 추세는 하락세로 기울었다. 물론 무너지는 와중에도 주가는 가끔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줍기’처럼 반등하는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게 대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후반이 대표적인 사례. 코스피지수는 좀 오르는 것 같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차트에서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구름을 이겨내지 못하였고, 결국 되밀리고 말았다. 차트에서의 균형을 반영하듯 외국인들은 내내 매도세로 일관하였고, 제일모직 같은 일부 종목만이 오르는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제일모직 때문에 시장의 수급이 왜곡되었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장 우리 앞에 나타난 현실은 주가가오르기보다는 내리는 모습으로 일관되고 있다. 그게 차트가 일러주는 전망이다.

이번 주라고 하여 특별히 시장 분위기가 바뀌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12월말 이전에는 배당 기대감이라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사라졌다. 당장에 기업실적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시장흐름이 바뀌기보다는 오히려 진작 무너진 시장의 균형, 혹은 하락세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구름이라는 강력한 저항선을 이겨내지 못하였으니 결국 주가의 방향은 아래쪽이 될 사.

시장은 이미 1,900선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재차 그 수준 아래로 내려선다고 하여 새삼스럽지도 않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도 똑같다. 분위기나 추세 혹은 일목균형표에서 늘 주장하는 ‘균형’의 측면으로 판단할 때 예전과 달라질 것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달러-원의 흐름은 상승세이다. 변함없다. 그리고 어차피 상승세라면 그 와중에 나타나는 하락, 조정 양상을 구분하는 일이 관건이 된다. 지금이 상승세의 중간에 나타나는 조정국면이라면 ‘롱 달러’를 외치더라도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겠고, 그게 아니라 추세도 상승세이고 현재의 국면도 이에 동반하는 상승세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조건 매수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의 환율 움직임을 찬찬히 살펴보자. 달러-원은 1,107원까지 기록하고 살짝 밀리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새해 첫날(1월2일)부터 뛰어오르는 양상이다. 하락, 조정을 거쳤으니 그 다음 순서는 재차 상승세가 힘차게 나타나는 쪽이겠다. 더구나 기술적분석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연말에 쏟아졌던 네고물량의 부담은 이제 사라진 상황. 삼척동자라도 1월초부터는 환율이 오르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니 결론은 나왔다. 지금은 대세도상승세이고, 단기적으로도 역시 상승세라고 판단해야 한다.

차트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하락하던 전환선도 다시 상승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구름의 지지는 튼튼하다. CMO, 스토캐스틱, RSI 등과 같은 보조지표들도 바닥에서 오르고 있다. 모든 것으로 미루어 도무지 ‘하락’을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달러는 기세등등하다. 달러인덱스는 재차 고점을 돌파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엔 역시 상승세.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달러-원만 하락하리라 예상할 수는 없는 일.

당장에 보이는 전고점은 1,107원이지만 그것보다 나는 작년 12월8일에 기록하였던 1,121원의 고점돌파에 더 주목하고 싶다. 물론 단박에 고점을 뛰어넘지는 않을 게다.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그만큼 저항도 커지는 것도 당연하기 때문. 하지만 추세가 상승세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달러-원이 궁극적으로는 1,121원을 넘어서리라는 일도 의당 예상하여야 하겠다. 그렇지 않겠나? 내가 너무 과격한가?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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