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재계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소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LG가(家) 가풍답게 겉만 번지르르한 허례허식은 구 회장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구 회장을 오랫동안 봐 온 인사들의 평가다.

그룹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아도 마찬가지였다.

16일 LG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 회장의 취임 20주년 만찬은 당초 내달 중순께로 잠정적으로 계획돼 있었다.

구 회장 취임 시점이 1995년 2월 22일 점을 감안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LG 최고경영자(CEO)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 직후 "기념 행사를 할 거면 모였을 때 해버리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전략회의 참석차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모였는데, 내달 기념 행사를 위해 또다시 모일 바에야 모인 김에 조촐하게 행사를 치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구 회장의 '긴급 지시'에 회장 비서팀과 연관 부서들은 LG 계열사인 서브원이 운영하는 인근 곤지암 리조트에서 부랴부랴 만찬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식순 없이 CEO들과 만찬을 나누고 수 시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평소 구 회장의 스타일대로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촐하게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구 회장의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행보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사례가 아무리 그룹 내 행사일지라도 행사에 참석하는 다른 임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가급적이면 '회장 구본무' 명찰을 가슴팍에 단다는 것이다.

LG 임직원이라면 구 회장의 얼굴을 모를 리 없겠지만, CEO 세미나나 임원 회의 등 그룹 내 행사더라도 될 수 있으면 이름표를 다는 게 구 회장의 스타일이다.

◇ 업계 최초 지주사 전환…재계에 이정표 제시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을 바탕으로 구본무 회장은 재계 역사에 남을 업적도 남겼다.

구 회장의 경영 활동 중 가장 주목받는 업적은 LG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LG는 지난 2003년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국내 대기업 집단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온 상호 출자 순환 고리, 이로 인한 계열사간 경영 위험 전이 문제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와 3~4세들의 경영 치적 쌓기를 위해 계열사가 동원될 가능성이 지주사 전환으로 최소화했다.

계열사들의 재무안정성과 경영 독립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LG는 "지주사 체제는 본연의 자기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인 지배구조로, 재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평했다.

LG를 필두로 SK와 CJ, 두산,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지주사로 줄줄이 전환했다.

앞선 지난 1998년 LG반도체와 LG전자에서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 부문을 떼어내 LG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매각한 '반도체 빅딜'도 주요한 경영 활동으로 꼽힌다.

반도체 빅딜이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지긴 했지만, 구 회장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구 회장은 1995년 LG디스플레이 출범 이후 20년 간 총 45조원을 쏟아붓는 집중 투자를 단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FT-LCD 패널 시장점유율(M/S) 21.6%, 초고화질(UHD) TV 패널 시장점유율 28.1%로 세계 1위다.

세계 최초로 대형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하는 등 관련 산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해 1990년대 초반부터 구 회장이 연구개발(R&D)를 주도한 전기차 배터리 등 중대형 2차전지 부분에서도 성과를 보고 있다.

LG는 오는 2020년까지 4조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 파크'를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최근 기공식을 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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