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자동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사실상 승소하면서 현대차는 최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던 비용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16일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에서 일할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현대정공과 현대차 등 다른 기업 출신의 노조원에 대해서는 상여금 시행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라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 1999년 3월 현대차서비스를, 8월 현대정공의 자동차 부문을 각각 흡수ㆍ합병했다.

현대차서비스 출신의 노조원이 5천700명으로 전체 노조원 5만1천600명의 11%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개별 노조원마다 사안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이 사실상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재계에서는 법원이 고정성과 3년 소급분을 인정했으면 현대차는 첫해 5조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룹 전체로 보면 13조2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현대차의 매년 인건비 증가분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현대차그룹은 비용부담을 덜어내게 됐다.

이로써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금 부담도 덜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4년간 총 80조7천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85% 이상인 68조9천억원을 연구ㆍ개발에 투자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노조 측의 승소로 돌아갔으면 현대차는 원가압박에 따라 연구ㆍ개발비를 더욱 줄일 가능성이 우려된 상황이었다"면서 "이 측면에서 현대차가 투자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통해 임금 선진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개선위원회는 최근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선진임금제도 벤치마킹을 실시하는 등 선진임금체계로의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성장하는 연공서열식 근속연수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선진 임금체계 도입을 통한 임금제도의 효율화 유연성 확보로 국내공장의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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