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리 수수께끼의 시대가 또 왔다.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음에도 시장금리가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채 30년물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10년물 한때 1.7%의 벽을 무너뜨리며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년 초 월가를 지배했던 금리상승론은 무참하게 빗나갔다. 월가는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가 확산하며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탈 것으로 봤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과 반대로 금리는 수직하락하고 있다. 작년에도 월가에선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을 이유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예측과 달리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3%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컨센서스였으나 연말 금리는 2% 초반대였다.

을미년 시작부터 나타난 금리 수수께끼는 2000년대 중반 나타났던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를 연상케 한다. 당시 연준은 작은 보폭으로 금리를 계속 올렸으나 미국 국채금리는 반대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번에 나타나는 금리 수수께끼의 비밀은 무엇일까. 첫째, 안전함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 때문이다. 몇개월 뒤에 나올 미국의 금리인상보다 당장 세계 금융시장을 뒤덮은 불안에 시장은 더 민감하다. 국제유가와 구리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세계적인 불황의 시그널이 나오고 있고 그리스의 정치불안과 유럽탈퇴 우려, 스위스의 환율방어 포기 등 유럽이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보니 안전한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린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과 나머지 나라의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경제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가장 잘 나가는 미국으로 돈이 몰리다 보니 미국 자산의 몸값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 있었던 전미경제학회의 화두는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오랫동안 장기 침체에 빠질 위험에 직면했다.

마지막 이유는 가격이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수급의 문제였다면 올해 금리의 수수께끼는 가격의 문제다. 미국 국채의 가격은 비슷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훨씬 싸다. 16일 기준으로 미국의 10년물 금리는 1.71%이지만, 독일은 0.42%이고 프랑스는 0.66%, 일본은 0.25%에 불과하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미국의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은 셈이다. 가격측면에서보면 독일, 프랑스 등보다 국채가격이 싸다는 얘기다. 작년에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정확하게 맞췄던 제프리 군드라흐(더블라인 캐피털)는 미국의 금리 하락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그는 지난주 웹캐스트 형식으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미국의 10년물 금리는 1%에 접근하는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는 미국이 금리를 최대한 늦게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그것이 금리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으나 올해는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금리 하락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 미국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매력이 있다는 지적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올해도 그의 말대로 금리가 계속 하락할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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