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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신참 외환딜러였던 1980년대 초, 당시 FRB의장 폴 볼커(Paul Volker)는 정책의 기준을 통화량에 두었다. 연초에 통화량의 공급목표를 설정하고 주간 단위로 정말 '칼같이' 관리했다. 통화량이 목표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 다음 주에는 틀림없이 자금줄을 죄었고, 통화량이 목표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면 다음 주에는 어김없이 돈을 풀었다.

달러 금리는 통화량에 즉각 반응했다. 통화량 공급이 늘면 금리는 내렸고 통화량 공급이 줄면 금리는 올랐다.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율도 덩달아 춤을 췄다. 당시 딜러들은 통화량이 발표되는 금요일만 되면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데이터를 기다렸다.

30여년이 지났다. FRB의장은 볼커에서 그린스팬, 버냉키를 거쳐 자넷 옐런에 이르렀고, 사람들은 미국의 통화량이 대체 얼마인지 관심 없다. FRB의 정책기준이 달라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시장의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유행은 바뀌는 법이다.

지난 주말, 모처에서 강의를 하는데 수강생 한 사람이 “코스피지수가 떨어졌는데도 환율이 왜 하락하였습니까? 환율이 내렸으니 외국인 입장에서 유리하고 따라서 주가가 올라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어왔다.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유행이 바뀌었다'. 이제 달러-원 환율이 웬만큼 하락한다손 치더라도 그게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많은 돈을 쏟아 부을 때만 하더라도 그들에게 환율은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었다. 달러-원이 하락할수록, 즉 원화가 강세가 될수록 외국인 투자자들로서 유리하였다. 그러니 그들은 주식매수를 늘렸고 주가는 올랐다. 환율과 주가는 밀접한 연관성을 가졌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들의 행태를 살피면 이들이 슬슬 우리나라에서 발을 빼는 기색이다. 물론 한꺼번에 왕창 빠져나가지는 않겠으나 최소한 과거처럼 ‘매수 일변도’로 달려들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유는 누구나 쉽게 안다. 미국 양적완화 중단으로 그동안 전 세계로 풀렸던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다 올해는 달러 금리가 오를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돈이 많지 않을 게다. 따라서 이제는 달러-원 환율이 내려도, 원화가 강세가 되어도 주가에 호재가 되기는 쉽지 않을 터.

유행은 바뀌는 법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 주 후반에는 난데없이 '스위스 프랑 사태'가 터지면서 지수는 1,900 이하로 맥없이 추락해 버렸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처럼 정말 별별 뉴스가 주가의 상승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여 주가가 내린 이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가야 어차피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추세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추세, 혹은 다른 말로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에는 설령 엄청난 악재가 돌출하더라도 시장은 이를 충분히 소화해낸다. 반면 추세가 나쁠 때에는 조그만 악재도 주가를 끌어내린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추세는 분명히 하락세이다. 차트를 보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상황을 놓고 상승추세라고 우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어떤 이유에서건 주가는 밀릴 수밖에 없다.

나야 이 자리에서 입만 열었다면 일목균형표 운운하는 터. 지루하기도 한지라 그것 말고 오늘은 다른 지표를 살펴보자. 다들 잘 아는 이동평균선은 어떤가? 이것 역시 추세로는 신통치 못하다. 무엇보다도 5일선과 20일선의 데드크로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도무지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12월10일에 5일선이 20일선을 밑돌면서 코스피지수의 차트에 '매도'신호를 발령했고, 그 신호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동평균으로아직도 하락세라는 뜻. 작년 말에 선물이나 지수로 ‘숏’ 포지션을 잡았다면 여태 보유하고 있어도 되었다.

최근 며칠 동안 주가가 잠시 오르면서 5일선과 20일선의 거리가 좁혀졌는데, 그게 지난주 후반에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이동평균선이 서로 만나려다 '크로스'되지 못하고 재차 간격이 늘어나는 현상을 ‘실패(failure)’라고 한다. RSI 혹은 스토캐스틱 등 보조지표에서 발견되는 실패현상과 같다. 실패현상은 기존의 추세가 더 강화되리라는 신호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는 하락세였으니 앞으로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밀리더라도 이상할 것 없다.

1월7일에 전저점을 무너뜨리면서 지수는 1,876이라는 새로운 저점을 만들었는데, 그게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조금이라도 반등하면 고마운 일.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 일목균형표에서 달러-원 환율은 구름 안에 들어섰다. 이럴 때면 통상 움직임이 둔해지고 좁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기 마련. 그런데 예상과 달리 환율은 되레 더 많이 움직였고 추세는 또렷해졌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후반에 결국 구름 하단마저 무너뜨리고 구름 아래로 내려섰다. 이미 전환선은 하락했고, 기준-전환선도 역전되었으며 후행스팬마저 26일전 캔들 아래로 추락한 상황. 그나마 구름의 지지를 받는다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으리라보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구름의 지지마저 뚫렸다. 일간기준으로 말한다면 달러-원 환율은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아직 주간기준 일목균형표로는 상승세가 여전하다. 다소 장기적인 관점이지만 여하간 주간차트는 기준-전환선도 호전된 상태, 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환율도 구름 위를 날아간다. 구름은 1,035원까지 퍼져 있는지라 그걸 당장에 무너뜨리기는 어렵다. 주간기준으로까지 하락세로 바뀌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겠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달러-원이 밀리고는 있으나, 그리고 그게 당장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이 될 공산도 많다. 무엇보다도 장기추세가 상승세이다. 아울러 글로벌시장에서 달러 인덱스 역시 상승 일변도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 환율에 영향이 밀접한 달러-엔도 달러-원과 비슷한 모습. 일목균형표에서 구름 안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구름은 매우 두껍고, 후행스팬은 26일전 캔들과 뒤섞여 있어 완벽한 하락세라고 판단하기 이르다. 오히려 달러-엔이 구름의 지지를 받고 살짝 반등한다면 재차 상승세를 이어갈 공산이 높다.

이번 주는 예상하기 좀 어렵다. 달러-원의 단기추세는 하락세이지만 장기추세는 여전히 상승세. 달러 인덱스는 아직 ‘롱’ 쪽이며, 달러-엔은 불확실하지만 반등할 소지는 크다. 요인들이 서로 뒤섞였다. 어떨까? 나는 지난주에 달러-원의 하락폭이 컸으니 이번 주에는 일단 ‘되돌림’ 차원에서라도 상승하는 쪽에 베팅하고 싶다. 만일 구름 안으로 환율이 재차 진입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구름 안에서 횡보하며 추세전환을 노릴 수 있기 때문. 혹시 해외시장에서 달러-엔이 '달러 롱'에 힘을 보태지 않을까?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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