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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Hermes)라고 하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품'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헤르메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업의 신이다. 알고 보면 시장을 의미하는 마켓(market)이라는 말은 라틴어 메르케스(merces)에서 비롯되었는데, 그게 바로 로마 신화에서 헤르메스의 이름인 머큐리(Mercury)를 딴 것이다.

그는 거인으로 유명했던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와 신들의 대장인 제우스(로마 신화에서는 주피터)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르메스는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싸여 있던 강보를 스스로 풀고 동굴을 살금살금 빠져나와 세상구경을 한다. 그는 갓난아이였지만 동굴 입구에서 거북을 만나자 즉각 그것을 잡아 거북등(龜甲)에 양의 창자로 줄을 매어 하프를 만들어내는 빼어난 능력을 발휘한다(신이므로 가능한 이야기일 터).

헤르메스는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아폴론이 기르는 소떼를 발견하고 50마리를 훔치기로 한다. 그는 나름대로 꾀를 써서 증거가 남지 않도록 신발을 거꾸로 신고는 소의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소들이 뒷걸음치도록 하여 소떼를 훔쳐내는 데 성공하였다. 아폴론이 돌아와 모든 사실을 알아채고 노발대발 화를 내지만, 헤르메스는 딱 시치미를 떼는 통에 결국 제우스에게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제우스 앞에서 헤르메스는 자신이 갓난아이이고, 따라서 소를 전혀 보지 못하였다고 ‘오리발’을 내지만 아폴론은 말도 안 된다며 펄펄 뛰고 난리가 아니었다. 이때 헤르메스는 자신이 거북등을 이용하여 만든 하프를 연주하고, 그 음색에 반한 아폴론은 하프를 받는 대신에 자신의 소를 훔친 것을 용서하였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피리를 제작하였고, 조약돌로 점치는 법을 익혔으며 음악, 문자, 숫자, 도량형 등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헤르메스의 역할은 나중에 더 늘어나 나그네의 수호신이면서, 변론, 행운, 상업, 심지어 도둑, 전령의 신으로도 간주되었다. 또한 그는 다산(多産)과 풍요(豊饒)의 신이기도 하고, 여신 아프로디테와도 관련지어 그녀와의 사이에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다는 설도 있다.

헤르메스가 도둑의 신이 된 것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앞서 설명하였듯 태어난 지 단 사흘밖에 안 되는 갓난아이인데도 소떼를 훔쳐내었으니 말이다. 태생적으로 도둑의 기질을 타고난 셈. 그런데 헤르메스가 도둑의 신이면서 동시에 상업, 시장의 신이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이다.

따지고 본다면 우리가 매일같이 거래하고 몸을 담는 시장이 협잡이나, 사기, ‘오리발’ 등으로 가득한 것도 바로 헤르메스 때문인 셈. 천부적인 도둑 기질을 가진 자가 시장을 담당하는 신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은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다가 문득 씁쓸해졌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기술적지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OBV, VR 등 거래량 지표를 비롯하여 MACD, 이동평균선 등 추세지표, RSI, 스토캐스틱 등의 시장강도 지표 등이 있다. 아울러 시장확산지표(diffusion index)라는 것도 있다. 시장의 상승세가 얼마나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지를 따지는 지표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것이 ADR(Advance Decline Ratio)이다.

이름은 복잡해 보이지만 ADR은 사실 단순한 지표이다. 상승한 종목 숫자를 하락한 종목 숫자로 나누어서 구한다. ADR이 100이면 상승한 종목이나 하락한 종목의 숫자가 같고, 그게 100보다 작다면 하락한 종목에 비하여 상승한 종목의 숫자가 적다는 뜻이다.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면 시장은 광범위한 상승세가 나타날 터. 따라서 상승 종목의 숫자가 하락 종목을 압도하게 된다.

그런데 거래소시장에서 ADR은 2월20일 이후 확연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승하는 종목에 비하여 하락하는 종목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에도 코스피지수는 2월20일 이후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 삼성전자 때문이다.

2월20일은 삼성전자가 그 이전(1월30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전고점이었던 113만원을 상승갭으로 뚫고 독주를 시작한 날이다. 알다시피 삼성전자는 지난주에도 승승장구, 내내 올라 131만원까지 치솟았다. 각 증권사에서는 목표가격을 상향조정하느라 여념이 없다(165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올리더니 급기야 200만원을 목표가격으로 제시하는 증권사가 나타났고, 심지어 500만원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상승세 덕분으로 코스피지수는 잘도 오르고 있는데…. 정작 시장의 체감지수는 냉랭하다. 앞서 ADR로 살펴보았듯이 상승하는 종목의 숫자가 턱도 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상승하고 있지만, ADR은 되레 하락하는 현상은 디버전스(divergence)이다. 추세전환의 신호탄이라는 뜻.

이번 주에도 나는 ‘조심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은 이번 주에도 별로 큰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목균형표 구름 안에 갇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여 시장가격이 구름 아래에 있을 때에는 무한낙하가 우려되고, 구름 위로 올라섰을 때에는 반대로 내리 치솟는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정작 구름 안에 들어가 버리면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못한채 엉거주춤, 횡보하는 경우가 많다. 달러-원 환율이 바로 그 짝이다.

당장에 혹은 짧은 기간 안에 달러-원이 상승세를 거듭하여 구름 상단을 돌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구름의 상단은 1,156원이고 현재 달러-원 환율은 1,133원 언저리에 불과한지라 구름의 완강한 저항을 벗어나려면 23원 이상을 치솟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름 안에 갇혀 지루한 모습을 이어갈 공산이 매우 높다.

다른 보조지표들의 움직임도 별로 특별한 것은 없다. MACD의 경우 예전에 나타났던 매수신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5일선(1,136원)-20일선(1,127원)의 골든크로스 현상이나, 기준선-전환선의 호전 상태도 지난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추세판단의 기준으로 종종 애용하는 후행스팬도 26일전의 환율에서 지지를 받을 참인지라 내내 달러-원의 상승세는 유효할 사.

따라서 다른 보조지표를 참고한다면 이번 주에도 환율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구름 안에 갇힌 꼴인즉 크게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뭐 이런 결론이 가능해진다. 대략 아래로는 구름의 하단과 기준선이 버틴 1,126원대가 지지선이 될 것이고, 위로는 잘해야 1,140원 정도가 상승목표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당장 이번 주에 닥칠 일은 아니로되 2, 3주 내로 상황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그리고 당분간은) 구름의 상단이 1,156원에 머물러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구름 상단은 1,140원으로 낮아진다. 반면에 앞으로 구름 하단도 1,120원으로 덩달아 하락하니 달러-원은 웬만해서는 구름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다. 따라서 아래로는 지지선이 두터워지고 위로 저항선이 얇아지므로 현 수준보다 달러-원이 조금만 더 오른다면 크게 힘쓰지 않더라도 저절로 구름을 벗어나게 되는 셈. 물론 나중의 일인지라 미리 걱정한 일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잡기에는 유익하리라 판단하여 언급하였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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