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국제유가 바닥론'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3사가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유 3사는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3분기까지 정유사업에서만 1조1천999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만 최근 유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향후 정유사들의 실적도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평균 배럴당 107.93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연일 내림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 14일 42.55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고점 대비 60% 이상 급락한 수치다.

이에 따라 재고 관련 손실이 정유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재고평가손실은 보유하고 있는 원유와 석유 제품의 평가가격이 취득가격보다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지난 3분기 유가가 10달러 가량 하락한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기록한 재고 관련 손실은 각각 1천900억원, 9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4분기 국제유가가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재고 관련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나 업체별로 최대 7천억원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과잉의 심화로 정제마진이 악화일로를 보인 것에 더해 원재료 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로 인해 손실이 누적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연일 내림세를 지속했던 국제 유가가 지난 19일 전일 대비 2.12달러 올라 46.04달러를기록하는 등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 관련 리스크도 향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도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재고 관련 손실이 감소함에 따라 올해 1분기 이후 정유업체들의 본격적인 실적 반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1월 초 53.27달러로 시작했던 두바이유 가격이 현재 44달러로 수준을 맴돌고 있는 만큼 관련 손실이 1분기에는 반영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2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지난해 실적 보루 역할을 담당했던 비정유 사업들의 선방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2013년 551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PX스프레드는 지난해 335달러로 뚝 떨어졌지만, 올들어 360달러 수준까지 다시 상승했다. PX스프레드는 파라자일렌(PX)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로 PX사업의 수익성 지표 역할을 한다.

그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윤활기유 사업도 견조한 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활기유와 벙커C유의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지난해 3분기 409달러까지 올랐다가 직전분기 342달러로 떨어졌지만, 올들어 381달러 수준으로 재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유가 바닥론'이 정유업계의 근본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유가의 변동에 따른 실적 변화는 일시적일 뿐,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에서 비롯되는 수익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침체된 업황을 개선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진정 국면에 돌입한다면 재고 관련 손실과 일부 수요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유사들이 직면한 저성장 기조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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