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완성차 브랜드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산업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엔저(低)를 바탕으로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마케팅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해보다 유리해졌다는 측면은 위안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ㆍ기아차는 '제값 받기'와 연구ㆍ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실적을 방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이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는 다양한 신모델을 통해 내수 공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27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 목표 판매량을 각각 505만대, 315만대로 잡았다.

현대차의 이 같은 목표는 전년보다 1.8%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2011년에 전년보다 12.4%, 2012년 8.6%, 2013년 7.3%, 2014년 4.8%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 없이 낮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보다 낫지만 기아차의 목표 판매 증가율도 3.6%에 그친다. 기아차는 2014년 전년 대비 7.6%의 성장을 거뒀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목표롤 세운 데는 환율을 포함한 경영환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일 달러-원 환율 1,078원으로 작년보다 우호적으로 변했지만, 현대차그룹이 전성기를 달리던 2013년(평균 1,095원)과 2012년(1,126.8원)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특히 작년 루블화의 가치는 러시아의 경제불안에 따라 전년보다 20% 가까이 폭락하고 있어 러시아 시장에서의 채산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도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엔저를 바탕으로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현대ㆍ기아차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이 7조8천억원 수준으로 작년과 비슷한 이유다. 기아차(2조7천623억원)도 전년과 비슷할 전망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양보다는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연구ㆍ개발 분야 31조6천억원을 포함해 4년 동안 총 80조7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3사는 연간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 수준인 17조원을 매년 완성차 부문에 쏟는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지난 23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질적성장을 도모하는 원년으로 삼고, 공장이 준공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양적 성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와 충칭시에 각각 연산 30만대의 공장을, 기아차는 연산 15만대 규모의 둥펑위에다 3공장에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채산성이 낮은 국가로 수출하는 물량을 조정한다.

두 회사는 국내 수출물량을 최대한 감소하고, 루블화 급락이 장기화하면 아예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웠다. 브라질도 같은 시나리오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경기전망이 밝은 중국에 신차를 내놔 공략을 강화한다. 현대ㆍ기아차가 내다본 중국의 산업수요는 8.6%로서 글로벌 평균 3.9%를 크게 웃돈다.

해외에서 채산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자,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내수시장을 잠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한국지엠은 유럽에서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는 수출물량을 내수시장을 통해 만회할 계획이다. 올해만 10가지에 달하는 신제품을 출시해 내수를 '꽉' 잡겠다는 포부다.

르노삼성자동차도 패밀리룩으로 바뀐 SM3와 SM5, SM7을 통해 내수시장을 다진다. 특히 SM5 LPG 모델을 통해 영업용 차량 부문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는 흑자전환의 원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달에 출시한 티볼리가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 일주일 만에 5천대를 돌파한 만큼, 이 여세를 몰아 중국과 유럽시장에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현대ㆍ기아차도 내수 점유율 70%를 회복하기 위해 아반떼와 K5, 스포티지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수입차를 포함한 경쟁사의 모델이 대응할 계획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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