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단통법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유통점에 판매수수료(리베이트)를 대거 지급하는 등 마케팅 출혈경쟁을 이어가면서 보조금 규제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KT를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3사의 4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이번 실적은 이통사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받는 성적표란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통 3사 중에 가장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작년 4분기 1천90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분기보다 9.2% 늘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2.6% 급증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중고폰 선보상제 '제로클럽'을 내세워 아이폰 고객을 유치하면서 지난해 4분기 번호이동을 통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를 9만745명 늘렸다. 이통 3사 중에 번호이동 순증을 기록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기대치보다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

SK텔레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천901억원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8.7% 감소한 것은 물론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다. KT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89.8% 급감한 3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통사들의 실적발표에서 단순히 영업이익의 증감을 보는 것보다 마케팅 비용의 추이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조금을 규제하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어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단통법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거나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실적이 좋았던 LG유플러스는 작년 4분기 5천182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전인 3분기보다 오히려 8.6%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는 8천160억원을 4분기 마케팅비로 지출했다. 작년 3분기보다 비용 자체는 줄었지만 감소폭이 1.9%에 불과했다.

KT도 4분기 8천127억원을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마케팅비가 전분기 대비 9.6% 늘어나면서 부진한 실적의 원인이 됐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처음부터 단통법이 이통사들의 마케팅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란 의견마저 나온다.

이통사들은 작년 11월 초 '아이폰6 대란' 당시 단통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대폭 올렸다. 이통사들은 폭로전을 통해 불법 보조금을 유도하는 리베이트 과다 지급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실제 SK텔레콤은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1인당 기기변경 지원금과 가입자당 모집 수수료(평균 25만원)가 전분기 대비 각각 21.5%와 13% 상승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통 3사가 단통법 시행 이후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일제히 멤버십 혜택을 강화한 것도 마케팅 비용이 줄지 않은 원인 중 하나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전부터 이통사가 부담하는 전체 단말기 지원금 규모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단통법보다는 신사업 등 다른 변수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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