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일 년 새 명함이 세 번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

옛 삼성코닝정밀소재로 입사해 삼성의 지분 청산으로 삼성 여타 계열사로 전환 배치됐다가, 또다시 '삼성-한화' 빅딜로 한화 임직원이 되는 사람들이다.

여기 해당하는 임직원은 20~30명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맨의 '기구한 운명'은 삼성이 미국 코닝사(社)와 합작해 세운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청산키로 한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코닝과 합작해 세운 삼성코닝정밀소재(옛 삼성코닝정밀유리)의 보유 지분 43%를 2013년 동업자인 코닝에 팔았다.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100%를 갖게 된 코닝은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단독 운영권을 갖게 됐고,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사명을 코닝정밀소재로 바꿨다.

삼성과 코닝 합작사가 순식간에 코닝 소유의 회사가 된 것이고, 이로써 삼성은 삼성코닝정밀소재와의 지분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다.

다만, 삼성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코닝 전환 우선주를 2조4천억원어치를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매입해 코닝과의 사업 협력의 끈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에게 삼성 계열사로 적(籍)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약 300명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중 대부분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이동을 했지만 30명 안팎의 직원들은 이번에 한화로 매각되는 4개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토탈로 이동했다.

이들 상당수는 삼성코닝정밀소재의 근무지와 삼성토탈의 근무지가 가까워 희망 계열사를 삼성토탈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충남 아산에 있고 삼성토탈은 본사가 충남 서산시 대산에 있다. 100만평 규모의 삼성토탈 석유화학 콤플렉스도 대산에 있다.

아산과 대산은 80㎞ 정도 떨어져 있어 차로는 1시간 30분 거리다.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코닝이 아닌 삼성토탈행을 택했던 임직원들은 또다시 '삼성맨' 타이틀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코닝정밀소재 매각 당시처럼 계열사 전환배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 이동 후 퇴사해 경력직으로 삼성 여타 계열사에 지원할 경우 다른 지원자들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아 삼성으로 재입사할 수는 있다.

한때 '3년간 삼성 계열사 취업 금지' 조항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는 '3년간 인력유인 금지' 조항이 와전된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빅딜' 관련 사안에 있어서는 극도의 보안을 지켜오던 삼성이 '취업 금지'라는 내용으로 와전된 내용이 퍼지자 이례적으로 조항을 꺼내들어 진화에 나선 것이다.

'3년간 인력유인 금지' 조항은 일종의 신사협정 개념으로, 삼성이 의도적으로 한화로 이동한 4개사 우수 인력을 빼오지 않겠다는 도의적 차원의 약속이다.

삼성 관계자는 "한화로 이동한 후 퇴사해 삼성으로 지원하고 합격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우수 인력을 빼오거나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한화로 이동하는 계열사 직원 중 퇴사 후 삼성으로 재입사하는 사례가 생길 경우 삼성 측이 오해를 살 소지는 있어 보인다.

삼성에서는 이러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한화로 이동한 직원을 재입사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4개사 임직원이 다시 삼성맨이 될 가능성은 낮다.

자칫 '한화 퇴사→삼성 재입사' 케이스가 발생할 경우 한화와 삼성 간에 '빅딜' 건을 놓고 분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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