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국제유가가 급전직하한 영향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죽을 맛이다.본업인 정유사업에서의 대규모 적자 뿐 아니라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석유화학사업의 이익도 반토막 나면서 정유사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윤활기유사업 만큼은 국제유가의 급락 여파를 비껴가면서 '호황'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유와 석유화학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윤활기유사업이 메우는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가 60% 가량 하락한 영향으로 지난해 에쓰오일이 기록한 영업손실은 2천589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3년 3천6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6천249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사업은 영업손실 6천987억원을 기록하면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 2013년 5천6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효자노릇을 했던 석유화학사업은 68% 가량 줄어든 1천8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윤활기유사업은 매출액 1조9천716억원, 영업이익 2천578억원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영업이익률만 13.1%에 달했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증류한 이후 남는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드는 윤활유의 기초원료다. 여기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하면 마찰 완화나 연비 개선 등 장비의 효율성을 개선시키는 윤활유를 제조할 수 있다.

정유사들이 정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반면 윤활기유사업에서 만큼은 큰 폭의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윤활유 시장은 물론 글로벌 윤활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자동차 엔진오일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되다 보니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수요에 더해 최근 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유입된 영향이 컸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13년 4분기 353달러 수준이었던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지난해 4분기 475달러 수준으로 100달러 이상 치솟았다.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원재료인 벙커C유와 윤활기유 제품의 가격 차이로, 스프레드가 클수록 정유사들이 향유하는 마진은 늘어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활기유 사업에도 유가하락의 영향은 물론 있다"면서도 "다만 자동차 등 윤활유 수요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재료 가격은 유가를 따라 하락한 반면 제품 가격은 고정 수요에 연동돼 있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에쓰오일 뿐 아니라 실적 공개를 앞둔 다른 정유사들도 윤활기유사업은 전년동기 대비 상당히 개선된 실적을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들의 윤활기유 사업은 생산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윤활기유 스프레드에 따라 실적의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윤활기유와 관련된 투자들이 잇따라 늘어나고 있는 점에서 공급 측면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렙솔과 7 대 3 지분비율로 합작해 세운 스페인 남동부 해안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에서 연 63만t을 추가로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상업가동에 돌입한 상태로, SK루브리컨츠는 이를 통해 울산과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3개 공장에서 연 350만t의 윤활기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SK루브리컨츠는 엑손 모빌과 셸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규모를 확보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 업체인 셸과의 합작을 통해 연간 65만t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을 완료한 바 있다.

에쓰오일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의 잇따른 윤활기유 공장 가동으로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가동률 조정을 통해 현재 90% 내외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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