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에서 시작된 환율전쟁이 아시아로 확전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환율밴드의 기울기를 조정해 사실상 환율절하를 유도했다. 이에 앞서 인도는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환율전쟁 대응에 선제로 대응했다. 중국은 기준환율을 조정해 사실상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시작했고 일본도 상황에 따라 돈을 더 풀 가능성이 있다.

환율전쟁의 다음 참전 용사는 호주가 유력하다. 호주는 3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호주는 최근 18개월간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세계적으로 퍼지는 환율전쟁 분위기 속에 호주 역시 물가 상승세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4분기 물가는 1.7%에 그쳐 2년 6개월 만에 2% 밑으로 내려왔다. 물가상승세 둔화는 중앙은행이 가장 예민하게 관찰하는 지표다. 지난주 호주달러와 시장금리가 폭락한 것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이후 세계적인 환율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통화 완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국제유가의 하락과 디플레이션의 유행이 가장 크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저물가로 대표되는 뉴노멀에 진입한 가운데 100달러 수준이었던 유가가 40달러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저물가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어서다. 유가 폭락이 물가 기대를 낮추고 소비주체들이 지갑을 닫으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디플레를 벗어나려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선택하기 쉬운 방법이다.

올해 환율전쟁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끼리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고정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각 나라끼리의 상대적 환율에 따라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리는 방식의 정책 경쟁이 예상된다. 경제구조가 비슷한 이웃끼리의 환율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선 최근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완화기조로 돌아서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가 완화 기조에 들어섰다. 유럽에서 스위스와 덴마크, 러시아 등이 이미 완화기조에 들어섰고 5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영국도 금리 인상 시기를 뒤로 미루는 등 신중한 자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에선 호주 다음으로 한국과 대만이 환율전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우리 통화당국은 환율만 보고 정책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동향을 두고 환율만을 목표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디플레와의 싸움을 위한 환율전쟁이라는 데 주목한다. 유가 폭락으로 말미암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글로벌 정책당국의 변화를 이끌어냈듯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도 그 뒤를 따를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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