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환율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는 아시아 국가에 본격적으로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의 환율밴드 조정, 인도의 법정유동성비율 인하, 호주의 기준금리 인하가 모두 최근 2주일 사이에 나왔다. 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완화정책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에서 불기 시작한 완화정책의 흐름이 아시아로 밀려온 셈이다. 이쯤 되면 환율대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최근 정책 변화의 키워드는 '서프라이즈(깜짝 정책발표)'다. 호주 통화정책 회의에 앞서 금리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도 저녁 늦게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싱가포르의 환율밴드 변화도 예고된 회의가 아닌 긴급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그만큼 세계 경제 돌아가는 사정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호주의 금리인하는 아시아 국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중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호주중앙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기하면서까지 금리를 내렸다는 건 호주와 세계경제상황이 그만큼 나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호주가 아시아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호주의 고통은 아시아 경제 전체의 고통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호주의 금리인하는 아시아 통화완화 정책의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노무라는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깜짝 완화 정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의 둔화) 압력이 강해졌고, 역내 최대 국가인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아시아권의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빼고 진행되는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경제의 회복 기조가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금리정상화의 길을 꿋꿋하게 갈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주말 나온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5만7천명을 기록해 시장예측치를 상회했다. 올해 중반쯤이면 미국이 금리인상의 테이프를 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환율전쟁을 자극한 달러 강세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국제적 변화(international developments)'라는 표현을 새로 집어넣었다. 유럽의 경제둔화와 세계적 디플레이션 현상, 환율전쟁의 고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판단을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달리 말하면 미국 경제만 보고 정책집행을 하진 않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문구에 큰 기대를 걸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경제당국은 주변 국가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정책적 판단을 내린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4~25일 예정된 재닛 옐런 의장의 상.하원 통화정책 보고를 주목할 만하다. 최근 진행된 국제적 변화를 옐런이 어떻게 평가할지, 미국 경제의 회복과 관련해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계속 견지할지, 그의 발언에 따라 금융시장 변수가 요동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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