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게임업계 1·2위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싸움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넥슨이 보낸 주주제안서에 엔씨소프트가 어떤 답변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10일과 11일 각각 이사회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마침 넥슨이 보낸 주주제안서에 대한 답변 시한도 10일이라 실적 발표 전후로 엔씨소프트는 어떤 식으로든 추가적인 입장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시기는 지난 3일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 공시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주주제안서에는 최대 주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넥슨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사회 참여 요구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이사가 교체되거나 추가 선임이 필요할 경우 자사가 추천하는 후보를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김택진 대표는 예외라고 명시해 최소한의 예우를 지켰다.

아울러 넥슨은 기업ㆍ주주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등을 요구했다.

한 마디로 발행 주식의 8.9%에 해당하는 195만여주의 엔씨소프트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자는 얘기다. 또 임대 수익률이 낮은 서울 삼성동 소재 경암빌딩과 엔씨타워를 처분해 투자금을 마련하라는 게 부동산 매각을 제안한 이유다.

넥슨은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협업 방안도 제시했다.

핵심은 양사가 논의해왔던 'MXM프로젝트(가칭)'와 관련해 넥슨이 채널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넥슨의 유명 캐릭터도 MXM에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MXM은 엔씨소프트가 출시 준비 중인 슈팅게임이다.

이 밖에도 주주제안서에는 '월권 논란'을 낳고 있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김택진 대표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보수 내역 공개 요구다. 이 요구는 김 대표의 부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전무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 측에서는 사업 추진에 있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김 전무에 대해 평소 못마땅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면서 "윤 사장의 승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대 주주인 넥슨이 배제된 것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의 주주제안서를 놓고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히 양사의 경영진의 대화 채널이 다시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돌발적인 요구들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 간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원만한 합의는 어려워졌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엔씨소프트의 주주총회에서 양사의 의결권 대결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넥슨의 제안 중 대부분이 현재 경영 방향을 상당히 바꿔야 하는 것이란 점에서 엔씨소프트가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주총에서 넥슨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호응하는 주주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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